[이 책] ‘같음’을 요구하는 시대, 철학이 묻는 ‘다름’

[이 책] ‘같음’을 요구하는 시대, 철학이 묻는 ‘다름’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개인의 철학』
  • 입력 : 2026. 01.23(금) 01: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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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좋아요의 개수가 존재의 무게를 재는 시대. 트렌드의 속도가 사유의 깊이를 대신하는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게 연결돼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라는 고유한 개인은 그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흐려지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전기 작가인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신작 '개인의 철학'은 이 지점에서 현대인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떻게 나, 개인으로 살아갈 것인가?"

프리드리히 니체상, 토마스 만상 등 세계적인 문학·철학상을 수상하며 '하이데거', '니체', '쇼펜하우어' 등의 평전을 펴낸 저자는 이번 책에서 르네상스부터 20세기 실존주의까지, 500여 년에 걸친 서양 지성사를 관통하며 '개인'이라는 개념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탁월한 문체로 추적한다. 이는 단순한 철학사 요약이나 인물 열전이 아니다. 인간이 자신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둘러싸 왔는지, 그리고 개인이 세계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다시 세웠는지를 탐구하는 장대한 지적 여정이다.

저자는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와 예술가들을 소환해 역사적 맥락과 함께 '나라는 개인'의 궤적을 그린다. 신의 질서에서 벗어나 자신을 자각했던 르네상스의 인간들과 신 앞에 홀로 선 인간의 근원을 제시한 루터는 근대적 개인의 서막을 알렸다. 특히 몽테뉴는 외부 세계의 혼란 속에서도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기 성찰의 시초를 열었고, 루소는 개인과 공동체가 충돌하는 복잡한 윤리적 지형을 포착했다.

책은 근대를 넘어 현대의 문턱에서도 개인을 조명한다. 소로는 윌든 호숫가에서 홀로의 삶을 실험했으며, 한나 아렌트는 인간을 '새로운 시작이 가능한 존재'로 재해석했다. 사르트르는 전쟁과 부조리의 시대 속 개인이 어떻게 실존의 선택으로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가는지를 제시했다.

자프란스키는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을 관통하는 질문, 즉 "개인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나로서 존재하는가?"에 주목한다. 그는 독자들을 철학사 속 개인이라는 개념의 '탄생-위기-전환'의 여정으로 초대하며, '나다움'조차 새로운 소비 기준이 되고, 비교와 자기 연출이 강박이 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철학적 위로를 건넨다.

결국 자프란스키가 복원하고자 하는 것은 '느림의 사유'다. 그는 미지와 속도가 사고를 대신하고, 타인의 시선이 정체성을 대신하는 세계에서 느리게 생각할 용기를 주문한다. 외부의 잣대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나침반처럼 자신의 방향을 가리키는 태도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느림의 사유 속에서 개인은 다시 자신에게 말을 걸고, 세계와 관계 맺는 법을 배우게 된다. 청미. 2만8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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