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8월 제주는, 금빛 관악의 섬

[휴플러스]8월 제주는, 금빛 관악의 섬
국내 대표 음악축제로
  • 입력 : 2017. 08.0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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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2회째 제주국제관악제
…2000년 시작된 콩쿠르는 젊은 관악인 발굴 무대로


해녀문화와 관악제의 만남
…제주해녀 물질하는 바당 위로 흐르는 금빛 나팔소리
…자구내포구 등 공연 예정


제주 곳곳서 금빛 향연
…밖거리 음악회 등 지역 밀착
…이달 8일부터 열흘간 뜻밖에 만나는 음악 선물


어느덧 스무살을 훌쩍 넘겼다. 1995년 제주 토박이 관악인들이 맨몸으로 뛰어들어 첫걸음을 뗀 제주국제관악제 이야기다.

관악은 씩씩함과 기상, 화음이 어울리며 청중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음악 중 하나다. 관악제를 탄생시킨 제주 관악인들은 중·고교 밴드 등을 거치며 일찍이 금빛 선율이 품은 파급력을 체감해온 이들이다. 둥둥 북소리와 금빛 나팔소리는 우리네 애환을 달래고 신명을 나누는 역할을 해왔다.

초반엔 격년제로 관악제를 열었다. 1998년엔 전문앙상블과 관악 독주로 짜여지는 소규모 앙상블 축제를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동안 홀수해는 관악의 대중성을 한껏 살린 밴드축제를 열고 짝수해는 예술성과 전문성을 강조한 앙상블 축제로 치러왔다.

지금은 짝수해와 홀수해 축제 성격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2000년엔 제주국제관악콩쿠르를 신설해 젊은 관악인을 발굴하는 무대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제주국제관악제는 올해로 22회를 맞는다. 제주국제관악콩쿠르는 12회째다.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는 이달 8일 2017제주국제관악제의 출발을 알리는 금빛 팡파르를 울린다. 축제 기간은 열흘이다. 이 기간 동안 '섬, 그 바람의 울림'이란 제주국제관악제의 중의적 주제처럼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금빛 관악(Wind)이 제주섬을 휘감으며 불어대는 바람(Wind)에 실려 여름 하늘에 퍼진다.

20개국 3500여명이 출연하는 이번 축제에서는 제주 해녀문화와 관악제가 만난다. 제주시 해녀마을인 고산리 자구내포구(10일 오후 7시), 서귀포 해녀마을인 대평리 난드르공연장(13일 오후 8시)으로 스페인, 캐나다, 독일 관악단 등이 향한다. 고산리와 대평리 해녀들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추자도(12일 오후 8시)와 가파도(14일 오후 1시20분)에서도 해녀문화와 함께하는 제주국제관악제가 진행된다.

오스트리아의 '사운드 인 브라스' 등 9팀이 참여하는 전문앙상블 공연은 제주아트센터, 해변공연장, 서귀포관광극장 등에서 볼 수 있다. 마림바 대가로 통하는 일본의 게이코 아베 등 유명 관악연주자 초청 무대와 마스터클래스도 마련된다. 카자흐스탄의 카나트 아크메토프가 지휘하는 해군군악대의 연주로 중앙아시아의 관악 작품을 조명하는 공연도 준비됐다.

뜻밖의 공간에서 관악제와 마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우리동네 관악제는 돌빛나예술학교, 한림공원, 곽지과물해변, 자구리문화공원, 신촌남생이연못,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등을 찾는다. 도서관, 미술관, 책방 등에선 독주나 중주 등으로 밖거리음악회를 연다.

축제 안의 또 다른 축제도 있다. 초등학생들이 참가하는 국제U-13 관악경연대회, 청소년 교류 연주 무대인 청소년 관악단의 날, 대한민국 관악 동호인의 날 등이 잇따른다.

개막 공연은 8일 오후 8시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이날 미국의 데이비드 길링햄이 제주 무속에 등장하는 민요인 '서우제소리'를 모티브로 만든 '제주의 추억'을 이동호가 지휘하는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의 연주로 세계 초연한다. 제주국제관악제는 그동안 국내외 유명 작곡가들에게 제주의 정서를 품은 관악곡 창작을 위촉해왔다.

광복절인 8월 15일엔 경축음악회 '제주의 밤'(오후 8시 해변공연장)을 꾸민다. 캐나다의 윌리엄 존슨이 지휘봉을 잡는 제주윈드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제주국악협회의 해녀 노래에서 안치환의 열정적 무대까지 넘나든다.

세계 관악을 이끌어갈 차세대 전문연주자들이 실력을 겨루는 제주국제관악콩쿠르는 트럼펫, 호른, 테너트롬본, 금관5중주 부문에 11개국 205명이 신청서를 냈다. 서귀포 예술의전당, 제주대 아라뮤즈홀, 제주아트센터가 뜨거운 경연장으로 바뀐다.

한국전쟁기 어려웠던 시절 슬픔 어루만져준 관악 선율
제주 관악 뿌리서 자란 열매로 세계 관악수도를 꿈꾸는 제주

"처음에는 장난감 북과 몇 개의 신호 나팔을 가진 보잘 것 없는 마칭밴드 스타일이었다. 이제는 학교장이나 학부모들이 모두 자랑스러워하는 밴드가 되었다. 이제 막 제주의 화산석으로 지어진 밴드 연습실을 완성해 낙성식을 가졌다. 이 음악실이 바로 나에게 헌정되었다. 참으로 영예스럽게 생각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의 길버트 소령(1912-1998). 그는 한국전쟁 기간이던 60여 년 전 제주 관악활동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다. 미국 음악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길버트 소령은 자신의 이름을 딴 오현고 '길버트 음악관'이 완성되던 순간을 그렇게 적어 놓았다.

오현고 '길버트 음악관' 낙성식에서 길버트 소령과 제주 관악인 고봉식 선생이 함께했다. 뒤편에 '길버트 음악관'이란 현판이 보인다.

주한유엔민사처(UNCACK)제주도팀의 교육과 음악담당 장교였던 길버트 소령은 한국보육원 관악대와 제주도내 6개 관악대를 지도했다. 관악은 전쟁의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됐다. 전쟁고아와 제주도 중·고교생들은 관악기로 한국민요 '아리랑' 등을 연주하며 슬픔을 어루만졌다.

제주국제관악제로 대표되는 제주는 '관악의 섬'이다. '세계 관악 수도'를 꿈꾸는 제주 관악의 역사는 한국전쟁 전후 어려웠던 시절과 맞닿아 있다. 금빛 나팔 소리로 제주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고 꿈을 심어줬던 시절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고 지금까지 흘러왔다.

제주 관악의 저력을 보여주며 한길을 걸어온 관악단이 있다. 전문 연주단체인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과 아마추어 단체인 시민밴드한라윈드앙상블이다.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은 1998년 2월 창단한 서귀포시립관악단에서 출발한다. 서귀포시립관악단은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전국 유일 관악단으로 주목을 끌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도립으로 간판을 바꿔단 이들은 국내외에서 제주 관악의 자존심을 담은 금빛 선율을 풀어내고 있다.

시민밴드 한라윈드앙상블은 1993년 5월 탄생했다. 아마추어 밴드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보여준다. 단원들이 변변한 연습실 없이, 직장일 틈틈이 연주를 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기적처럼 20여년을 버텨왔다. 음악감독 겸 지휘를 맡고 있는 오현고 음악교사 출신의 김승택 선생은 한라윈드앙상블의 상징적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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