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오탈자
  • 입력 : 2017. 08.31(목) 00:00
  • 손정경 기자 jungks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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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오탈자가 많은 기사는 신뢰도를 잃는다. 취재기자의 실수인지 편집기자의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어나 목적어가 과감히 생략(?)된 문장을 볼 때면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뭘까' 그저 답답한 마음만 든다.

지난 26일 대중교통체계 개편 첫날 상황을 보고 있자니 오탈자가 가득한 신문을 펼쳐 든 느낌이었다.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더 저렴하게'란 야마(주제를 뜻하는 언론계 은어)까지는 좋았으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편인지 목적어를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도민은 관광객을 위한 노선 개편이 아니냐고 묻고 관광객은 관광객대로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도민 김 모씨는 "더 불편해진 버스 노선은 공무원들의 탁상행정 결과물"이라고 비난했고 관광객 임 모씨는 "노선도 몇 장만 정류장에 붙여놓고 알아서 버스를 타라면 초행길인 관광객은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알 수가 있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답답한 건 버스이용객만이 아니었다. 자가용 운전자들도 속이 터진다.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도입으로 차선 하나를 대중교통에 내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시 광양사거리∼아라초등학교 구간(2.7km)의 중앙차로제 공사가 늦어지며 해당 구간의 교통체증은 더 극심해졌다. 출퇴근 시간이면 공사 구간을 피해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켠 차들로 도로 위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인다. 또 도로정비로 차선이 사라지며 정지선도 분명치 않아 빨간불이 켜지면 차들이 제각각 원하는 자리에 멈춰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신문기사에 비유하자면 지금 도민은 대중교통체계 개편이란 기사의 도입부 어디쯤을 읽고 있다. 도입부에서 발견된 수많은 오탈자에 대한 실망감이 본론과 결론을 읽어내려가며 더 커지지 않도록 제주도의 발 빠른 수정·보완이 무척이나 시급해 보인다. <손정경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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