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14)김은영 라바북스 대표

[책과 사람](14)김은영 라바북스 대표
"꽃피는 계절엔 책향기 더 진해져요"
  • 입력 : 2017. 09.0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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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라바북스 대표는 제주에 작은 책방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동네 서점만의 색깔을 찾아야 하는 등 고민이 커진다고 했다. 진선희기자

여행사진집 묶어온 라바출판사
2015년 위미에 같은 이름 책방

여행객 등 제주추억 쌓는 '그곳'
작은 서점 증가 만큼 고민도 커

10년 넘게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 둔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말렸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가 퇴직금을 들고 향한 곳은 제주였다. 먼저 제주에 둥지를 튼 아는 언니에게 도움을 구했다. 정착지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로 정한 건 그 언니의 영향이 컸다. 치킨집을 하다 비어있던 1층 가게를 빌렸다. 친구와 함께 직접 인테리어 공사를 하며 모양새를 갖춰갔다. 2015년 7월, 마침내 작은 책방이 문을 연다. 라바북스다.

라바(LA BAS)는 프랑스어로 그곳, 저기 등의 뜻을 지녔다. 사진을 찍어온 김은영 대표는 직장일을 하며 2011년 동명의 출판사를 냈던 이다. 자연스레 책방 이름도 라바로 지었다.

출판사 라바는 그동안 오키나와에서 치앙마이까지 여섯권의 여행 사진집을 묶어냈다. 현지인의 눈으로, 낯선 방문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사진들은 언젠가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욕망을 일깨운다. 조만간 제주를 다룬 사진집도 만들기로 했다.

살던 곳을 떠나지 않았다면 오래도록 미지의 그곳, 저기였을 제주는 어느새 김 대표에게 생활의 근거지가 됐다. 그는 이제 여행객들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제주 사람이다.

책방엔 그림책부터 에세이,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약 500종의 도서가 비치됐다. 가운데 자리는 독립출판물이 차지하고 있다. 감각적 제목을 달고 산뜻한 외양으로 차려입은 책들이 적지 않다. 제주 할망의 생활사를 촬영한 사진집, 제주 동쪽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과 만든 사진에세이집 등은 동네 서점에 놓여 더 눈에 띈다.

라바북스의 성수기는 꽃피는 계절이다. 시끌벅적한 피서지가 없는 대신 이 마을엔 겨울이면 동백 군락지에 붉은 꽃 돋고 봄이면 마을 가로수로 심어놓은 벚나무에 눈부신 분홍꽃잎이 피어오른다. 이때쯤엔 꽃 구경 나온 사람들이 도로변에 들어선 책방 구경까지 하고 간다.

혼자서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들, 제주 한달살이를 체험하는 이들도 종종 책방에 들른다. 그들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골라 가거나 설레는 여행지에서 떠오르는 단상에 어울리는 책을 산다. 서점은 그렇게 제주에서 또다른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 된다.

어느 새 개점 두 돌이 지났다. 서가를 채우는 책이 늘어가고 알음알음 책방 이름도 알려지고 있지만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김 대표는 제주에 유행처럼 동네 책방이 생겨나는 이즈음 숙소나 카페가 있는 책방으로 꾸려가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훗날 현상 유지도 어려울까 싶어서다. 마침 임대 계약 기간이 3년이어서 김 대표는 그 시기에 맞춰 리뉴얼을 계획하고 있다.

아는 언니가 운영하는 베이글카페와 이웃해 있는 서점이어서 입간판 하나에 두 상호명이 위아래로 적혔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수요일과 셋째주 목요일엔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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