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제주愛빠지다](16)오병훈 영주고 사이클 코치

[2017제주愛빠지다](16)오병훈 영주고 사이클 코치
"전지훈련 메카 제주, 인프라는 아쉬워"
  • 입력 : 2017. 09.14(목) 00:00
  • 홍희선 기자 hah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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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에 정착한 오병훈 영주고 코치(왼쪽)와 딸 오현지(24)씨. 강경민기자

사이클 코치 20여년 근무
제주서도 학생 훈련 맡아
영주고 성적 향상 이끌어
"제주는 다양한 활동 가능"

요즘 영주고 사이클부의 전국대회 성적이 눈에 띈다. 전용 경기장도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메달을 획득하는 그 중심에는 지난해 제주로 이주한 오병훈(50) 사이클 코치가 있다.

오 코치는 22년 동안 전북체육고등학교에서 사이클 코치로 근무했다. '집-아침 훈련-점심-오후 훈련-집'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지난해 6월 제주로 거처를 옮겼다. 제주로 오기 위해 사이클 코치를 그만뒀지만 이내 영주고 코치로 돌아왔다. 그는 "제주에서 관광 관련된 사업을 해보려고 준비했는데 제주도 체육회와 제주도자전거연맹에서 불러줬다"고 말했다.

그는 체육고등학교와 제주 체육부 훈련 환경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오 코치는 "체육고등학교에는 기숙사가 있어서 에너지 섭취 등 훈련 외적인 부분에는 신경을 쓸 일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학생들이 등하교 하다 보니 선수들이 에너지 섭취가 부족한 것이 눈에 띄었다"며 "보통 체육고 학생들은 하루에 8000kcal 정도 섭취해 체력을 보충하지만 영주고 선수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오느라 빈 속으로 훈련을 받곤 해 틈틈이 단백질을 챙겨 먹인다"고 말했다.

오 코치는 당근과 채찍을 오가는 훈련을 선택했다. "여학생들이지만 승부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학생들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기도 한다"며 "'너 이만큼 해서 전국대회서 메달 못받는다''이만큼만 더 기록내면 전국 메달권이다' 등 칭찬을 하기도 혼을 내기도 하면서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자전거연맹과 소속 학교에서도 관심이 많아 성과를 낼 때도 더 힘이 난다. "메달을 받아오면 제주도자전거연맹이 격려도 해주고 임원진들이 선수들과 훈련도 함께해 친근하다"며 "사이클 동아리와 영주고 사이클부 선수들도 연합훈련을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오 코치가 즐겁게 훈련하는 덕인지 영주고의 최근 사이클 성적은 항상 전국 상위권에 있다. 지난 8월 강원도 양양벨로드롬에서 열린 8·15경축 2017 양양국제사이클대회에서 영주고는 단체추발 2위(5분12초527), 단체 스프린트 3위(1분15초569)를 기록하며 종합 3위에 올랐다. 오 코치는 "사이클 종목은 펑크, 낙차(넘어짐) 등 변수가 많은 종목이지만, 그런 것이 없다면 전국체전에서 3~4개 정도 메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제주지역은 전지훈련의 메카지만 사이클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오 코치는 "겨울이면 제주로 전지훈련을 많이 오기 때문에 영주고 선수들은 다른 지역, 다른 나라 사이클 선수들과 합동훈련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도 "제주에는 사이클 경기장이 없어 매번 훈련 때마다 정확한 기록 비교가 어렵고 도로에서도 훈련이 가능하지만 최근 제주에 차량이 많아지면서 위험해졌다"고 지적했다.

오병훈 코치는 자신의 딸 오현지(24)씨도 훌륭한 사이클 선수로 키워냈다. 오 코치가 있던 전북체육고등학교 출신인 오현지는 전국체전에서만 메달 8개를 획득한 베테랑 선수다. 가족이 전부 제주로 거처를 옮겨오며 올해부터 제주도자전거연맹 소속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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