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독서의 계절 가을, '책 나들이'

[휴플러스]독서의 계절 가을, '책 나들이'
살랑살랑 가을 손짓 따라… '책 숲'에서 노닐다
  • 입력 : 2017. 10.20(금) 00:00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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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경민기자

아이와 함께 책 읽는 꼬마도서관부터
토론 통해 지식 공유하는 독서회까지
도내 곳곳에 자리한 공관·근대 건축물
독서 공간으로 새단장해 방문객 맞아

높고 쨍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 여물어가는 곡식과 나무들. 모든 것이 가을이 왔다는 신호를 보내면 도내 공공도서관에서도 크고 작은 독서프로그램, 책축제 소식이 들린다. 문득 "책이나 한 권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언제부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됐을까=가을이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말은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고사성어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사전에 따르면 등화가친은 '서늘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 하며 글 읽기에 좋다'는 뜻으로, 당시대 대문호였던 한유가 아들에게 독서를 권하기 위해 지은 시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에서 유래됐다. 한유는 '서늘한 기운이 들녁에 내리니(新凉入郊墟) 등불을 가까이 밝히고(燈火秒可親) 책을 펼칠 만 하지 않은가(簡篇可券舒)'라며 독서를 권했다.

1920년대 일제문화통치기 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공식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가을과 독서를 연관짓는 표현이 당시 신문기사와 잡지에서 처음 쓰였고, 조선총독부 도서관이 가을에 서울에 있던 공공도서관들을 중심으로 '도서관 협회'를 조직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일부에서는 가을에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독서에 전념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 다른 계절보다 좀 더 사색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표현의 유래에 대해 다양한 설이 있다.

실제로 9월이 독서의 달로 정해진 것은 1994년부터다. 정부는 이때부터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과 시행령에 따라 독서의 달을 정해 책읽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 영향으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북카페로 재탄생한 '소라의성'

▶쉽지 않은 책 읽기… 몰입독서·이색책방 나들이로 해결=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사실 책 한 권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럴 땐 도서관의 독서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거나 새롭게 독서공간으로 조성된 곳을 나들이 삼아 방문하는 것도 책을 읽기 위한 한 방편이다.

제주시 이도2동에 위치한 기적의 도서관은 독서회원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몰입독서회를 운영하고 있다. 집안살림에서, 핸드폰 공해에서 벗어나 4시간 동안 온전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회원들간 토론시간을 가져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 서귀포시 기적의 도서관은 예비엄마와 아이가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오감힐링 태교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음달 11일부터 12월 28일까지 매주 목요일 임산부들에게 그림책 태교·도서관 태교방법을 소개한다. 아기촉감책, 손바느질 인형만들기, 원예태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즐기려면 공원에 조성된 꼬마도서관을 찾는 것도 좋다. 꼬마도서관은 세로 150㎝ 가로 50㎝ 크기의 도서함에 있는 책을 무료로 대여하는 독서운동이다. 도내엔 제주시 연동의 삼다공원과 남녕고 동쪽 46호 공원, 연동 충신교회 인근 67호 공원, 연동 소망교회 근처 45호 공원에 위치해 있다. 놀이터에서 놀다 지친 아이들이 나무 아래 밑에 앉아 책을 보며 쉴 수 있다.

최근 새롭게 독서공간으로 조성된 곳을 찾는 것도 추천한다. 과거 대통령들이 제주에 묵었던 숙소이자 옛 제주도지사 관사로 지방 청와대 역할을 했던 공관이 '꿈바당어린이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제주시 연오로 463번지에 소재한 지방공간은 3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본관은 어린이 전문도서관으로, 관리실은 북카페로, 별관은 제주시 자기주도학습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다.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인 고(故) 김중업선생의 작품 '소라의성'도 북카페로 재탄생했다. 서귀포시 동홍동 소정방폭포 인근 해안 절벽에 1969년 지어진 소라의 성은 원형 돌집으로, 보전가치가 있는 근대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신간서적 100여 권도 비치됐고 오전 9시~오후 6시 연중 무휴로 개방된다.

"이 계절, 책과 함께 신나는 소풍 떠나요"

제주책축제 21~22일 제주고서 책 장터 열리고 체험 마당 풍성
11월 첫째주 주말인 4~5일에는 책 가득한 제주, 독서문화대전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대규모 책 축제도 잇달아 열린다.

제11회 제주책축제가 오는 21~22일 이틀간 '책들의 가을소풍'을 주제로 제주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다. 10대를 위한 인문학 강의가 제주고등학교 도서관에서 21일과 22일 오후 1시부터 각각 열리고, 행사기간 그림자극 '달구와 손톱', 인형극 '주먹이'가 모두 7차례 상연된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어교육회, 학부모·학생 독서동아리가 마련한 체험마당이다. 행사장에는 '책 읽는 가족독서 텐트' '책 속 명언으로 캘리그라피 엽서 만들기' '시가 있는 마른꽃 액자 만들기' 등 모두 32개의 체험부스가 운영된다. 이 기간 책 장터도 열려 헌 책 3권을 새 책 1권으로 바꿀 수도 있고, 헌 책끼리 맞교환도 할 수 있다.

11월 첫째주 주말인 4일과 5일엔 제주시 탑동해변공연장 인근에서 '책으로 가득한 섬 제주'를 주제로 제주독서문화대전이 열린다. 작가의 북콘서트와 북마켓, 야외도서관, 제주冊(책)지도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작가의 북콘서트는 '세상을 바꾼 사람, 그 사람을 만든 책'이란 주제로 '조설왕조 실록'의 저자인 설민석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또 '제주冊관'에서는 제주어, 제주설화, 제주 4·3, 올레 등 제주에 대한 책 650여권이 전시된다. 도내 동네 책방을 소개하고 동네책방에서 출간한 출판문 및 도서, 작품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제주에서 동네책방을 만나다'를 비롯해 지역서점·출판사 북 마켓, 헌책 마켓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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