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처럼 '환란과 질곡의 시대'를 살았다. 태평양전쟁 막바지 노역에 시달리다 해방을 맞았다. 기쁨도 잠시였다. 4·3이라는 참혹한 세월을 겪었고 사건이 진정돼 초등교사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교원 임용 서류를 제출했을 무렵 6·25전쟁을 맞았다. 그때가 열 일곱살이었다. 곧바로 군에 입대했는데 전투중 부상을 당해 명예제대한다.
전쟁은 그에게 트라우마를 안겼다. 전투에서 입은 상처가 컸지만 보훈기준에 미달된다는 이유로 상이등록도 못했다. 2000년 상이등급 7급이 생겨나면서 비로소 전상자로 등록된다.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제주시 건입동 출신으로 고양부삼성사재단 이사장 등을 지낸 부창옥(사진)씨. 그가 이처럼 신산했던 이야기를 엮은 '수재록(水載錄)'을 냈다.
수재는 그의 아호다. 바다 낚시를 통해 지친 심신을 회복한 그의 지난 여정이 드러나는 이름이다. 귀향 초기, 전상의 후유증으로 고통이 컸는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낚시였다. 바닷가에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면서 차츰 건강을 되찾았다.
수재록에는 바다 낚시 등을 소재로 작성한 글과 최근에 쓴 수필 등이 실렸다. 도서출판 광문당.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