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위로를 주는 이름이지만 가족 때문에 상처도 받는다.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늘상 부딪히고 만나는 이들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두 편의 작품이 있다.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인 핀 올레 하인리히의 '삐거덕 가족'과 입양을 주제로 다룬 그림책 '가족이 되었어요'다.
'삐거덕 가족'은 열 세살 소녀의 복잡미묘한 감정 변화를 따라가며 가족의 해체 문제를 그려낸 동화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의 심경이 솔직 담백하게 그려졌다.
골목대장 마울리나는 아빠 엄마와 함께 크고 넓은 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걷지 못하는 병에 걸린 엄마와 단둘이 좁디좁은 플라스틱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엄마는 자신의 병 때문에 가족의 행복이 부서지는 걸 원치 않아서 아빠를 떠나왔다고 했지만 마울리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울리나는 모든 게 아빠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이제는 '그 사람'일 뿐이다.
주인공인 10대 소녀는 갑자기 닥쳐온 가족의 불행 앞에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히 맞서며 삶의 주체로 거듭난다. 특히 마울리나는 파울과의 우정을 통해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보여준다. 파울은 엄마가 어릴 적에 세상을 떠나고 아빠는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아이다. 파울이 '엄마 아빠의 직업 소개하기' 수업을 징그러울 만큼 싫어하는 걸 알고 직업을 지어내 발표하도록 도와준다. 하루에도 몇번씩 삐거덕대지만 불행과 '맞장뜨는' 아이들의 모습이 유쾌하다. 라운 풀뤼겐링 그림, 이덕임 옮김. 라임. 1만원.
임정진 글·이갑규 그림의 '가족이 되었어요'는 의인화된 개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절친인 까끌이와 푸실이를 중심으로 입양에 대한 편견을 덜어내고 건전한 입양문화의 필요성을 담아냈다.
까끌이와 푸실이는 매일 높은 곳에 오르는 걸 좋아한다. 두 친구는 높은 곳에 오르다 떨어져 팔이 부러진다. 까끌이 가족은 병원에 오지만 푸실이는 부모 없이 혼자다. 뒤늦게 푸실이의 사연을 알게 된 까끌이 가족은 상처가 나을 동안 푸실이를 정성스레 돌보며 새 아빠를 찾아주려 애쓴다.
이 작품엔 어느날 보육원에 훌륭한 입양부모가 나타나는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입양 사례가 나오지 않는다. 대신 까끌이네 삶 안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푸실이를 통해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입양원. 비매품.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