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인간으로 살기 위해 회의하고, 회의하라

[책세상] 인간으로 살기 위해 회의하고, 회의하라
홍세화 등 8인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 입력 : 2018. 01.12(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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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죽음과 만연한 혐오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기를 멈추면 괴물"

우리를 아연하게 했던 죽음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했다. 2016년 9월 25일엔 백남기 농민이 오랜 고통끝에 숨을 거뒀다. 이들의 죽음 앞에 믿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됐고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그들을 조롱하는 이들이 있었다.

뿐인가. 국정농단이 드러나며 국민 손으로 뽑은 국가 수장의 부끄러운 맨 얼굴을 봤다. 사회적 약자라는 여성, 장애인,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도 공공연하다.

이같은 시대에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인간과 세상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8명이 내놓은 답이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에 담겼다.

청년 세대의 일원이자 젊은 문화 연구자인 천주희는 장애 학생을 둔 부모가 무릎을 꿇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해달라고 호소하는 한 장의 사진을 끄집어낸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어느 수준인지,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살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진이다.

문학평론가 정지우는 노동 재해에 대해 말한다. 2016년 5월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던 청년이 사망한 서울 구의역 참사 등 이 땅에서 벌어진 수많은 산업재해의 원인은 결국 인간을 인간으로 사고하지 않았던 결과다. 얼마 전 제주의 꽃다운 청년도 그렇게 갔던 걸 아닐까.

문화평론가 김민섭은 식민지 시대 지식인들이 고뇌했던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날줄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의미를 짚었다. 인권 활동가 류은숙은 지난 14년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MB의 밥상을 세 번이나 차렸던 특이한 경험담을 소개한다. 그는 MB와 바보 이반을 대비하며 '존재'가 아닌 '열심'을 섬기는 나라에서 어떻게 해야 인간으로 살 수 있는지 묻는다.

사회운동가 홍세화는 '사람'과 '괴물' 그 사이를 말한다. 사람을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생각은 처음부터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회의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멈추고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해 훈육된 생각을 나의 생각으로 삼아 의심하지 않는다면, 회의하고 또 회의하는 과정을 멈춘다면 결국 우리는 존재를 배신하는 생각에 지배당하게 된다. 가해자들은 괴물이 아니라 단지 생각하기를 멈춘 보통사람들일지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 회의하고 또 회의해야 한다. 낮은산.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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