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삶의 본질 위협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책세상] 삶의 본질 위협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질 리포베츠키의 '가벼움의 시대'
  • 입력 : 2018. 01.19(금)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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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민계급과 부자계급은 무거운 것과 거친 것(서민계급), 가벼운 것과 세련된 것 그리고 스타일(부자계급) 같이 주요한 대조에 근거를 둔 생활양식으로 서로 구별됐다. 우리는 서로 다른 아비투스(habitus: 사회화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획득되는 지각·발상·행위 따위의 특징적 양태)를 가진 이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모든 사회집단이 가벼움의 가치를 그들의 상상세계와 행동에 통합시킨 것이다.

최근 SNS에서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일로 고통을 받거나 심할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SNS는 우리에게 소통의 속도감과 확산성을 선사했지만, 소통의 즉자성과 휘발성에서 오는 '가벼움'은 우리의 삶과 정서를 매우 불안정하고 취약하게 만든다. SNS에서 목도되는 가벼움의 징후는 '네트워크'를 벗어난 현실 세계에서도 그대로, 아니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혁명과도 같이 시작되고 있다.

가벼움이 지배하는 하이퍼모드 시대는 변화하는 속도의 가속화 및 모델과 이미지, 프로그램의 지속적 쇄신이 소비와 여가 활동, 통신을 주도해 나가는 시대를 가리킨다.

그러나 가벼움의 혁명은 양날의 칼과도 같다. 왜냐하면 개인주의적 자유는 파괴할 수 없는 관계를 끝냄으로써 불안정한 감정과 내일에 대한 불확실성,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그 속에 품기 때문이다.

질 리포베츠키는 '가벼움의 시대'에서 가벼움에 대해 정치적·도덕적 찬양도 하지 않고, 비난도 하지 않는다. 가벼움은 어떤 미덕이나 악덕으로 분석되는 것이 아니라 하이퍼모던 시대에 엄청난 중요성을 띠는 하나의 인류학적 요구로서, 사회조직 원리로서, 미학적이며 기술적인 가치로써 분석하고 있다. 우리는 행동의 가벼움에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내적 가벼움'에서 많은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리는 가볍게 사는 것의 어려움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시대의 위험은 변덕스러운 가벼움이 아니라 가벼움의 '비대함'이라고 전한다. 즉 가벼움이 삶에 침투하여 삶의 다른 본질적 차원(성찰, 창조, 책임)을 억누르는 방식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가벼움의 시대'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이재형 옮김. 문예출판사.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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