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삶을 그린 영화 두 편이 곧 개봉한다.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의 관객은 제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젊은이들은 부모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젊은 관객 역시 결국엔 제 삶에 대한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서로 다른 톤의 두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 '비밥바룰라'
24일 개봉하는 '비밥바룰라'는 영환(박인환 분), 덕기(윤덕용), 순호(신구), 현식(임현식) 등 평생지기 친구 넷이 벌이는 유쾌한 코미디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령대가 한국영화에서 유례없이 높다. 주연 배우 네 명의 평균 나이는 77세, 연기경력을 합하면 207년이다. 서로 밀고 당겨주며, 철없어 보이는 노인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베테랑답다는 감탄이 나온다.
영환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살 집을 구하고 리모델링을 시작한다. 아들 민국(김인권), 며느리 희정(이은우)과 오손도손 살던 영환이 갑자기 친구들을 한집에 모으려는 진짜 이유는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끌며 관객에게 먹먹한 감동을 안긴다.
'비밥바룰라'.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환의 속마음과 별개로 노인들이 아직도 청춘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은 웃음을 준다. 이발사 현식은 "신바람 나게 살자"고 외치며 3대3 미팅을 조직한다. '모태 솔로'인 현식이 끊임없이 할머니들을 만나는 이유는 어린 시절 첫사랑이 혹시 나올까 해서다. 택시를 모는 순호는 보청기를 쓰지 않으면 대화가 힘들지만, 운전대만 잡으면 폭주족 저리 가라다.
현식이 친구들과 떠밀리듯 옛 사랑과 재회하고, 남편도 알아보지 못하는 순호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친구들이 교복 차림으로 나서는 장면 등은 관객의 웃음을 터뜨리지만 그 여운도 만만치 않다.
호기롭게 '백세시대'를 외치지만 소주 한 잔 걸치고 사진관 앞을 지나다 문득 영정사진이 생각나는 나이.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삶과 죽음, 친구와 가족의 가치 등의 화두를 진지하게 던진다.
'더 히어로'.디스테이션 제공
◇ '더 히어로'
'더 히어로' 역시 말년에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노인 이야기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쾌함보다는 묵직함에 무게가 실려 있다.
영화는 리 헤이든(샘 엘리엇)이 스튜디오에서 광고문구를 녹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리는 40년 전 서부영화의 히어로였다. 그러나 그의 전성기는 서부극의 몰락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아내와 이혼했고 딸과는 소원하다. 췌장암이 발병했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목소리 출연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어느날 서부극 감상·보존협회라는 단체에서 평생공로상을 주겠다는 연락이 온다. 조촐한 시상식장은 중장년 팬들로 가득 차 있다. 리는 "이곳의 모든 분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여성 팬 한 명을 무대 위로 부른다. 리의 인상적인 수상소감이 SNS에서 인기를 끌자 영화출연 섭외도 들어온다.
'더 히어로'.디스테이션 제공
그렇다고 한물간 왕년의 스타가 우연한 기회에 화려하게 재기한다는 뻔한 스토리는 아니다. 젊은 애인이 생기고 수십 년 만에 세상의 주목을 받아도 리의 쓸쓸함은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나는 죽어있었다." 리는 오디션에서 이런 대사를 내뱉으며 눈물을 쏟고 만다.
리는 죽음을 준비하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는다. 삶에 대해 달관의 경지에 오른 말투와 표정이지만 오디션에서는 적잖이 긴장해 대사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영화는 깊은 울림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우 샘 엘리엇의 자전적 에피소드가 반영됐다. '내일을 향해 쏴라'(1969)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샘 엘리엇은 '툼스톤', '유 노우 마이 네임' 등 1990년대 서부영화에서 맹활약했었다. 브렛 헤일리 감독은 그의 영화인생을 모티프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다음달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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