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사막 넘어 도착한 호브드시대형건물, 도로여건 등 대도시 수준
뜨거운 사막의 여름, 오후 4시경, 문을 활짝 열고 달리는데도 자동차 안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덥다. 사람만 더운 게 아니다. 자동차도 열기를 이기지 못해 기진맥진이다. 엔진을 식혀야 할 때다. 내리자마자 누가 얘길 하지 않아도 서로 충분히 떨어져 앉는다. 뜨거운 바람이라 해도 신선한 맛은 있다. 깊이 들이마신 공기가 몸 안을 가득 채운다. 아직 작거나 어린 도로변 식물들은 건설공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고 있다.
자동차를 그늘 삼아 앉아 있는데 멀리 호수가 보인다. 카르(Khar Us)호다. 이 호수는 매우 넓은데 수량이 변함에 따라 3~4개로 나뉘었다 붙었다 한다. 역시 주변의 산들은 나무 한 그루 보이질 않는데 호수는 파란 물결로 넘실댄다. 호숫가는 습지식물로 푸른빛이다. 저 호수에서도 물고기를 잡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잡은 물고기는 주로 울란바토르로 팔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듣자니 호숫가로 당장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저곳까지는 자동차로 간다고 해도 얼마나 걸릴지 모를 거리다.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선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하려니와 대원들이 이미 녹초가 된 상태라 말을 꺼내기조차 민망하다.
자, 출발합시다. 30여분을 달렸을 때 우리는 어느 고개의 가장 높은 곳에 다다랐음을 알았다. 호브드라고 쓴 커다란 안내간판, 아니 무슨 출입문 같은 간판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2m 정도 높이의 사각 돌기둥 위에 커다란 바윗덩이 같은 돌비석을 올려놓은 것도 보인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윗부분에는 호브드시, 아랫부분에는 '안녕히 가세요'라고 쓴 비석간판이다. 높이가 3m는 족히 돼 보일 만큼 웅장하다.
몽골 서북부 최대도시 호브드 전경.
예의 오보도 있는데 규모가 매우 크다. 이 오보는 직경이 약 5m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돌멩이를 마치 던져서 쌓인 형태로 원추형이면서 가운데 큰 기둥 같은 나무를 세운 것과는 달리 둘레를 석축처럼 쌓았는데 군데군데 커다란 돌을 버팀돌처럼 세웠다. 그 돌에는 산스크리트어로 보이는 문자가 새겨져 있다. 이런 원형의 석축 안을 돌멩이들로 채우고 가운데는 큰 나무기둥을 세웠다. 그리고 바깥 원주 부분에 가운데의 기둥보다 좀 작은 4개의 나무기둥을 세우고 기둥마다 파란색을 위주로 한 헝겊을 둘렀다.
호브드시임을 알리는 비석 형태의 안내간판.
이 고개는 호브드시를 드나들 때 반드시 거치게 되어 있는 출입문 같은 곳인데 들어가는 사람들이나 나가는 사람들 누구나 자동차나 말에서 내려 오보에 경배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도 대형버스 두 대가 정차해 있었다.
고개를 들어 멀리 호브드 시를 바라보는 순간, 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아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라고는 해도 그저 지금까지 봐 왔던 마을 중에서 좀 더 큰 정도의 읍내 정도려니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완전히 대도시 수준이다. 주위는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마치 천혜의 요새 같기도 했다.
멀리서 보더라도 대형건물들, 널찍한 도로, 잘 가꾸어진 가로수들로 도시의 기능이 확실히 갖추어진 듯 보인다. 아무리 바빠도 저 도시는 둘러보고 가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호브드시는 사실 몽골의 서북부 최대 도시다. 몽골 21개 아이막의 하나인 호브드 아이막의 중심 도시인데, 이 호브드는 이 일대 전체를 가리키는 지명이고 지금 보이는 인구집중 지역은 그 중에서도 자르갈란트라는 솜(sum)이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호브드도 호브드시 자르갈란트동으로 도청 소재지라고 보면 된다.
호브드시는 이 지역 경제활동의 중심지다.
이 도시는 전체적으로 몽골 알타이 산맥의 산악지대에 있는데 가까이에 부얀트강이 카르호로 흐르고 있다. 이 호수는 여기에서 동쪽으로 약 25㎞ 떨어진 곳에 있으며, 몽골정부가 만칸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호브드시는 지리적 위치, 기후와 지형의 다양성 등으로 오래전부터 식물탐사의 중심지였던 도시다. 중앙아시아 식물탐사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호브드는 춥고 건조한 긴 겨울과 짧고 따뜻한 여름을 가진 추운 사막 기후(쾨펜의 기후 구분으로는 BWk)이며, 강수량은 매우 적은데 그나마 여름에 집중한다. 연평균기온은 -0.1℃, 가장 추운 달은 1월로 -24.3℃, 가장 따뜻한 달은 7월로 18.6℃이다. 지금까지 기록한 최저기온은 -46.6℃이며, 최고기온은 35.6℃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122.8㎜인데 대부분 7~8월에 집중한다.
호브드, 중앙아시아 민족의 집합체
호브드 아이막은 면적 7만6000㎢로 남한 면적의 4분의 3 정도이며, 인구는 2006년도 9만2395명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여 2015년도엔 8만1479명이다. 인구밀도는 ㎢당 1.1명 정도다. 시청소재지인 자르갈란트솜은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으로 2만8601명이다.
이곳에는 17개 이상의 국적과 민족이 살고 있다. 참고로 몽골은 다민족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할하족 81.5%, 카자흐족 4.3%, 도르보드족 2.8%, 바야드 2.1%, 부리야드 1.7% 다리강가족 1.4%, 자흐친족 1.3%, 우리앙하이족 1.1%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곳 호브드의 민족구성은 이와 딴판이다. 몽골 전국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할하족은 이곳에서는 27.4%에 그치고 있다. 대신 전국적으로는 소수민족이라고 할 수 있는 자흐친족은 24.9%에 달한다. 카자흐족도 여기에서는 11.5%로 많이 살고 있다. 도르보드족도 8.0%로 비교적 많은 수가 살고, 전국적으로는 미미한 올로츠족도 이곳에는 7.5%나 된다. 전국적으로는 1.1%에 불과한 우리앙하이족도 7.5%에 달하며, 도르보드족 역시 6.0%나 된다. 그 외로도 전국적으로는 역시 소수만족인 미양가드족이 4.9%, 투반족 0.8%, 바야드 0.3% 순이다.
이들은 각각 고유한 전통 주택과 정착형식, 의복과 다른 문화적 차이, 문학, 예술, 음악적 전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당연히 언어와 종교도 각양각색이어서 중앙아시아 민족의 집합체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이처럼 다양한 민족구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 일대가 중아아시아에 치우쳐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건이 일어났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활동을 위해 스스로 모여든 경우도 있지만 전쟁포로로 끌려와 본의 아니게 이곳에서 살게 된 사례도 많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