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로컬푸드와 친환경농업을 고민하는 그들

[문미숙의 백록담] 로컬푸드와 친환경농업을 고민하는 그들
  • 입력 : 2018. 03.26(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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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가치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먹고 사는 게 급했던 시절 음식은 생존의 문제였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부터는 맛있는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 다음 단계에선 잘먹고 잘사는 건강의 문제로 옮겨가 소비자들이 식품을 구입할 때 재료의 원산지와 성분을 확인하는 시대가 됐다.

더 나아가 이제 음식은 '뭘 먹으면 더 건강해질까'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음식을 통해 공동체가 함께 행복해질 순 없을까' 하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나 식재료를 장거리 수송과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급적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도 그 중 하나다.

새 정부는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의 한 축으로 '사회적경제'를 콕 집고 있다. 그 사회적경제의 한 유형인 사회적기업을 꾸리는 도내 기업인 중에도 로컬푸드 운동과 친환경농업에 주목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

이들의 고민은 '농업의 지속 가능성'에서 비롯됐다. 로컬푸드를 팔고 사는 농민과 소비자 뿐만 아니라 그 재료로 조리하는 사람까지도 더불어 행복해질 수 없을까 하는 것이다. 한 사회적기업 대표는 "제주산 재료를 많이 쓴 음식은 값싼 수입산으로 만든 것보다 소비자가격은 높은데, 그 가격은 음식 조리자 등 요식업 종사자에게도 저임금이 아닌 적정임금을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또다른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유통하는 영농조합법인이자 사회적기업 대표는 "친환경농업은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한 고민이자 다음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했다. 후손들이 이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화학비료로 계속 쓰다 보면 땅이 죽어가 연작피해가 발생하고 농업이 지닌 교육·생태·문화적 가치까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로컬푸드 운동이나 친환경농업을 강조하는 이들은 생산자가 더높은 소득을, 소비자는 저렴하게 안전한 농산물을 구입한다는 신뢰관계를 뛰어넘어 로컬푸드를 매개체로 건강한 공동체 형성과 소비로 지출된 돈이 지역에서 도는 선순환 경제효과가 가능하다는 데 주목한다. 또 로컬푸드 운동은 기업농 중심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의 특징을 갖는 소농, 가족농, 귀농귀촌인들에게도 유리한 농업여건을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주지역 로컬푸드나 친환경 농산물의 활성화 토대는 아직 미약하다. 농협제주지역본부가 2011년 중반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던 로컬푸드운동이자 회원제 택배사업인 '친환경 송키밥상'을 2016년 말 접은 것도 연중 제주산으로만 품목 구성이 여의치 않은데다, 회원 확보난으로 안정적 판로도 어려웠던 게 주된 원인이었다.

1980년대부터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시작한 일본에선 학교급식이나 직판장을 통해 로컬푸드가 생활에 녹아들고 있다. 와카야마현 기노사토농협의 로컬푸드매장에서 시기적으로 지역에서 출하되지 않는 농산물 확보를 위해 전국 제휴농협과 계약재배해 맞교환하는 사례도 눈여겨볼만 하다.

로컬푸드 소비를 늘리기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로컬푸드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소비자 반응이 좋은 음식은 레시피를 제공해 농산물의 간편한 소비를 지원하거나 지역 특화농산물 육성과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로컬푸드 운동의 가치는 어찌 보면 거창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런 제품의 원산지표시나 가공식품의 나트륨·열량 표시가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닌 것처럼 앞으로 특정음식을 먹는 일이 지역사회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확인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로컬푸드나 친환경 농산물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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