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세속의 아귀지옥 사는 인간들 그리다

[책세상] 세속의 아귀지옥 사는 인간들 그리다
제주출신 유민 작가의 '시마연어'
  • 입력 : 2018. 03.30(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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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춘문예 출신 첫 장편
은빛 연어의 고난 여정 통해
인생 역설의 아름다움 담아

제주출신이자 200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가 유민이 첫 장편소설 '시마연어'를 냈다. 등단 후 10여년 만의 일이다.

작가는 말한다. "인연이란 늘 바람이다. 윤회의 삶은 자의식을 보다 깊은 심연으로 천착하게 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윤회가 룽다의 바람처럼 공허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들이 조금은 슬퍼지기를, 심연에서 울리는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주저앉아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이 되기를, 그때쯤이면 마음이 정화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나의 모든 소설이 그런 내면의 정화의식을 거쳐 함께 공유하는 작은 인연이 될 수 있을까"라고.

바다에서 돌아온 연어는 개울에서 산천어와 교미해 알을 낳는다. 부화한 치어 가운데 은빛색을 가진 어린 연어는 바다로 간다. 망망대해의 역경을 이겨낸 성어가 다시 고향으로 귀환했을 때, 그 연어는 '시마연어'라는 이름을 받는다.

이 책은 비정한 사회에 살아남기 위한 육신과 정신적 몸부림을 시마연어를 매체 삼아 문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개울에서 바다로 나아가는 시마연어의 투지를 지향하지만 결국 역경을 딛고 고향으로 돌아온 시마연어도 알을 낳고 죽는다. 삶의 투쟁 뒤에 오는 승리에 대한 가치와 인간의 삶의 진정한 의미를 불교적으로 승화시키는 의도를 담아내고 있다.

유민 작가를 추천한 강준용 소설가는 "시마연어는 세속의 아귀지옥을 사는 인간을 형상화했다"며 "업보의 쳇바퀴를 도는 인간의 허무한 삶을 불교의식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했다.

박상우 소설가도 말한다. "'시마연어'는 모진 생의 굴곡을 거치며 한마리 은빛 연어가 바다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애잔한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의 내적 성장과정이 우리 모두의 인생 주제로 심화되도록 설계된 작품이다.… 한 세상 살면서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 서로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한껏 깊이 음미하게 한다. 시마연어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순수의 이름들, 다시 만날 바람의 영혼들에 관한 아프고 저린 이야기다. 묵언의 세월을 아프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삶의 진향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물리칠 수 없고, 너무 서글퍼서 끌어안지 않을 수 없는, 인생 역설의 아름다움'을 작가는 시마연어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윤회의 의미를 들려준다. 도서출판 좋은작가.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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