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식탁 위의 소설 7편, 눈으로 맛보다

[책세상] 식탁 위의 소설 7편, 눈으로 맛보다
젊은 작가 저마다의 레시피로 쓴 '파인 다이닝'
  • 입력 : 2018. 04.27(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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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특별 소설 코스요리
레시피 따라 읽는 맛 달라
음식에 담긴 사연 제각각


음식을 소재로 젊은 작가 7명이 저마다 다른 레시피로 만든 소설을 식탁 위에 올렸다. 소설가 최은영, 황시운, 윤이형, 이은선, 김이환, 노희준, 서유미가 특별하게 차린 소설 코스 '파인 다이닝'이다.

같은 음식이라 하더라도 만드는 이의 레시피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이다. 소설도 그렇다. 누가 썼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떠한 사연이 담겼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낸다.

파인 다이닝(fine-dining)은 사전적 의미로 '고급 식당'을 의미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미역국, 낙지탕, 밀푀유나베, 커피, 파스타 등 일상적 음식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평범하면서도 개인 사정을 다루는 경향이 되레 우세하다. 그래서 이 책은 음식 그 자체보다는 사람의 마음, 시간, 체온, 풍경에 관한 이야기다.

"맛있는 음식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준비하고, 만들고, 누군가를 위해 그것을 차리고, 그릇에 담아 가져가고, 건네고,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마음에 관한, 그 시간과 체온과 풍경들에 관한 이야기. 재미있을 것 같았다. 딱 그 정도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는데, 정말로 식탁이 차려졌다. 재료도, 맛도, 향기도, 요리법도, 담아낸 모양새도 제각기 다르다"라고 기획자는 말한다.

이 책은 소설이라는 돋보기로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게 조명하려는 의도로 시작됐다. 책 속의 음식들은 때로 '불안'과 '결핍'으로서의 삶 그 자체를 상징한다. 낙지 대가리를 잘라내며 '밀린 이자'와 '갚을 수 없는 원금'을 생각하는 '나'(매듭, 이하 단편 제목 생략)와 '얼마나 맛있느냐, 가 아니라 얼마나 든든하냐, 가 빵을 고르는 기준'일 수밖에 없는 '나'(에트르) 등 작품 속 인물들의 각박한 현실 위에 음식의 강렬한 이미지가 포개지며 안타까움과 서글픔은 배가된다.

하지만 음식이 품고 있는 온기는 녹록치 않은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자본의 논리에 힘겹고 고독하게 맞서야 했던 '언니'를 생각하며 끓인 미역국(선택), 영혼을 컴퓨터로 이전하기 전 유년시절과 부모의 기억을 잠시 되새기게 해준 '요한'의 초콜릿(배웅), 뜻하지 않은 순간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었던 밀푀유나베(승혜와 미오) 등을 통해 이야기와 사연이 담긴 음식을 먹고 마시는 잠깐의 시간 속에서 다소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음식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과연, 우리 각자는 어떤 음식으로 말을 할 수 있을까?' 한국문학의 발전을 응원하기 위해 초판 1쇄에 한해 특별가 5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은행나무. 백금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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