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네이티브' 창간호

[이 책] '네이티브' 창간호
"이 땅의 사라져가는 것을 기록하라"
  • 입력 : 2018. 05.31(목)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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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리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으로 1979년 촬영됐다. 사진=보이저 제공

청년 2명 온라인 펀딩 제작
성산읍 주민 7명의 육성 통해

세찬 변화 속 남겨야 할 것들


온라인 펀딩으로 1호를 쏘아올렸지만 언제 2호가 나올 지 모른다. 하지만 책이 묶이는 동안 하나의 마음을 지녔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기록하라."

보이저(Voyager) 스튜디오에서 펴낸 '네이티브(NATIVE)'는 제주 동쪽마을 이야기다. 성산읍을 고향으로 둔 김현지·고경희씨가 제작을 맡았다. 성산읍에서 태어나 커다란 자연의 축복 속에 큰 선물을 받은 채 자랐다는 #두 사람은 "삶으로 가득 찬 유일한 우리의 고향을 사랑하자고 그리하여 우리 자손들의 아름다운 별이 되자고" 다짐하며 '네이티브'라는 배를 띄웠다.

창간호는 광고 하나 없이 사진과 텍스트로 채워졌다. 시의 한 구절이 스며들고 유행가 가사가 얹어지며 오늘날 제주 풍경을 그려낸다.

"사실 저도 대학교 생활을 육지에서 했는데, 방학 때마다 집에 오고 싶었어요. 그리워서요. 항상 버스를 타고 저기 온평 정류장에 내려서 집에 걸어오는 그 느낌이 좋았거든요. 마을 자체가 너무 좋아서."

인터뷰어들이 1991년생 청년에게 마을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청년이 결혼해 아이낳고 살고 있는 집은 오래됐다. 그의 할아버지가 옛날 초가를 허물고 지은 집으로 부모, 형제들과 쭉 살아왔다. 그런 집을 지키고 있는 청년이다.

'네이티브'에는 그를 포함 성산·수산·신양·온평·시흥리에서 살아가는 7명을 인터뷰한 내용이 실렸다. 13살짜리 소년부터 아흔다섯이 된 독립유공자까지 자기 소개를 하고, 살고 있는 마을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마을의 변화에 대한 생각 등을 털어놓는다.

성산 역시 제주 다른 동네처럼 빠른 속도로 얼굴이 바뀌어가고 있다. 글을 읽어나가는 동안 70~90년대 사진이 끼어들며 일출봉을 품고 있는 성산읍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게 한다. 거기엔 "그 시절이 좋았지"라는 추억담만 있는 게 아니다.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마을에 사는 농촌 아이의 일상이 가슴을 친다.

"사실 어제 12시까지 잠을 못잤어요. 계속 잠이 안와요. 내가 야행성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요즘 엄청 웃긴게 있어요. 나혼자 집에 있는데 혼잣말을 계속 하고 있어요. 진짜 할 게 없잖아요."

'태어난 곳의', '특정한 곳의 토박이', '타고난' 같은 뜻을 지닌 '네이티브'가 주목하는 건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 이 땅이다. 성산읍의 청년, 김현지·고경희씨는 사라져가는 자연, 멀어져가는 이웃, 흩어져가는 마음을 붙잡으려 한다. 초판으로 300권을 찍었다. 구입 문의는 hyeonji199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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