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마틴 루터 킹 저항운동 등
무기도 돈도 없는 비폭력 운동
지난 세기 국가정책 방향 바꿔
'3.5퍼센트의 법칙'이란 게 있다. 비폭력 투쟁이 폭력 투쟁보다 성공할 확률이 2배 더 높으며 적극적으로 지속적인 시위 참여자가 전체 인구의 3.5퍼센트를 넘으면 그 시위는 무조건 성공하고 5퍼센트가 넘으면 어떤 정부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가 1900년부터 2006년까지 벌어진 모든 형태의 반정부 시위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2016년 10월 말부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시작된 촛불집회가 있었다. 단 한 번의 폭력 사태도 없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했고 2017년 3월 마침내 대통령 탄핵을 이뤄냈다.
마크 엥글러·폴 엥글러가 지은 '21세기 시민혁명'은 지난 세기 수십년에 걸쳐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온 비폭력 시민 행동의 기술을 담고 있다. '비폭력이 세상을 바꾼다'는 부제처럼 비폭력 행동의 전통이 왜 21세기의 정치 생활을 바꿀 가장 효과적인 시민 투쟁 전략이 될 수 있는지 들여다봤다.
책에서는 20세기 대표적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마하트마 간디의 '소금 사티아그라하'와 마틴 루터 킹의 '버밍엄 시위'를 들었다. 두 운동은 일반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와 희생에 비해 최종 협상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소금 사티아그라하는 영국이 식민지 인도인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도록 이끌었고 훗날 인도 독립 협상의 발판이 된다. 버밍엄 시위는 백인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과 형식적인 양보를 끌어내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이 사건은 민권법 제정의 토대가 되었다.
비폭력 투쟁은 위대한 종교적 신념이나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들 덕분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다. 치밀한 대규모 시위 준비와 전술을 통한 대중 동원, 광범위한 조직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간디와 킹 역시 여론을 선점함으로써 투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도록 촘촘한 계획을 세우는 등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비폭력 투쟁 방식을 전략적으로 사용했다.
여기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미국의 유명 시민운동가인 솔 앨린스키는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운동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프랜시스 폭스 피벤은 공식적인 조직의 한계를 넘어 여세를 몰아가는 대규모 시위의 중요성과 대중 동원의 파괴력에 무게를 둔다. 저자들은 이 두 방식이 대립적인 게 아니라 둘을 어떻게 잘 결합하느냐가 투쟁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봤다. 갈마바람. 2만6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