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조급증

[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조급증
  • 입력 : 2018. 09.06(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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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조급한 것 아니냐." 올해 초 쯤이었던 것 같다. 한 공무원은 제주도가 추구하는 질적 관광, 시장 다변화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취지의 보도들이 나오자 이렇게 토로했다. 왠지 날 타박하는 것 같아 앞에선 선뜻 대답 못했지만 뒤돌아서서 생각하니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질적 관광이나 시장 다변화에 대한 얘기는 과거에도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봇물을 이루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 중국발 사드보복 사태가 터지고 난 뒤였다.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 전환하려면 관광 구조를 바꿔야하는 데 하루 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다. 한 공기업 직원은 제주관광이 처한 지금의 상황을 고품질 관광으로 가기 위한 준비 단계로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은 결과보단 과정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제주관광을 혁신하는 일에 너무 조급해선 안된다는 말은 물론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도 새겨들여야 하는 말이다. 과거와 같은 우를 또 범할 순 없지 않은가.

사드 보복이 1년 째를 맞은 지난 5월 제주도는 중국관광 재개대비 보고회에서 저가관광 개선 대책을 공개했다. 이때 나온게 제주형 중국전담여행사다. 하지만 제주도는 3개월 만에 제도 도입을 무기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 제도는 국가간 협약에 따라 운영되는 중국전담여행사 제도에서 착안한 것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벤치마킹한 제도조차 폐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왜 효과를 검증하지 않고 섣불리 대책을 발표했느냐'는 질문에 공무원은 "업계의 요구가 있어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당시 함께 발표된 제주-인천 환승내항기 도입도 마찬가지다. 항공사 도움 없이는 내항기를 띄울 수 없는데, 제주도는 시장 조사도 안 하고 덜컥 대책을 발표했다. 아니나다를까. 내항기를 투입하겠다는 항공사는 지금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쯤 되니 제주도가 더 조급증에 시달리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도 든다. 이러다 또 다시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걱정과 함께.

<이상민 경제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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