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제10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진행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억새밭을 거닐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비자림로·양하밭·삼다수길 등 가을 숲길 만끽빨갛게 물든 억새는 탐방객에 가을 초입 알려동충하초·야생표고 등 진귀한 자연 식물 관찰
지난달 22일 제10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진행됐다. 추석을 앞두고 진행된 이번 에코투어는 추석만큼이나 풍성하고 정감이 넘쳤다. 에코투어를 통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우연히 만나기도 했고, 1년 전 찾았던 에코투어를 잊지 못해 휴가를 겸해 대전에서부터 제주를 찾은 이들도 보였다.
특히 이번 10차 에코투어 코스는 비자림로~임도~숲길~천미천~양하밭~표고밭길~숲길~옛표고밭길~삼다수숲길~말찻오름~붉은오름자연휴양림~남조로로 이어져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기 분주한 숲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숲길 사이에는 어오름부터 물장오름, 성읍저수지까지 이어지는 제주에서 가장 긴 '천미천'도 굽이굽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코투어 당일 쨍한 날씨와 선선한 바람이 참가자들을 반겼고, 전날 내린 비 덕분에 숲의 향이 더 물큰하게 느껴졌다. 물기를 머금은 삼나무숲, 얇게 깔리는 풀벌레 소리, 스폰지 같이 촉촉하고 폭신폭신한 풀 등 탐방객들은 천천히 걸으며 짙은 숲의 향을 만끽했다.
혀버섯
양하꽃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살짝 벗어나자 억새 군락이 펼쳐졌다. 가을의 초입임을 알리는 듯 대부분의 억새가 붉은 빛을 띄었다. 이권성 제주 트레킹 연구소장은 "많은 분들이 가을에 하얗게 날리는 부분 전체가 꽃인줄 아는데, 사실은 하얗게 억새가 만발하기 전 아주 작은 노란 꽃들이 매달려 있다"며 "크기가 매우 작고 익숙치 않아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탐방객들은 "지금까지 억새꽃은 하얗게 만발하는 부분이라고 알았지 작은 꽃이 따로 있는 줄 몰랐다"며 촘촘히 매달린 작은 억새꽃 사진 찍기에 분주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숲길 중간중간 자연적으로 자라난 '양하 찾기'였다. 탐방객들은 양하밭이 보일 때면 어린아이처럼 "양하밭이다"를 외쳤다. 양하는 뿌리에서 열매가 올라와 꽃이 피는 생강과 식물로, 제주에서는 양왜·양애·양애깐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과거 빗물에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주 초가 밑에 많이 심었던 것으로 추석 전 한 달(8월 중순~10월)가량 열매가 난다. 제주에서는 열매를 살짝 데쳐 추석 때 콩나물·고사리와 함께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참가자들은 봄철 고사리를 따듯 넓다란 양하 잎 아래 숨겨진 양하를 따며 "추석 명절 조상님께 올릴 귀한 음식"이라며 설레했다.
뱀톱
표고버섯
테두리방귀버섯
비자림로, 임도, 삼다수숲길 등 숲길을 일주한 이번 코스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겨울엔 벌레 여름엔 풀이라는 뜻으로 버섯 포자가 숲속의 죽은 나비·나방 등의 번데기에 내려 앉아 자란 '동충하초'는 물론 갓 지어낸 단팥빵과 같은 모습의 야생 '표고버섯', 사철란 중 가장 늦게까지 일부 한정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섬사철란'이 트레킹 중간 중간 모습을 드러내 탐방객들의 흥을 돋우었다. 탐방객들은 이외에도 혀버섯, 뱀톱과 같이 모습도 이름도 다소 생소한 버섯과 식물을 만날 때면 포토타임을 가지며 트레킹을 즐겼다.
이날 처음 에코투어에 참가한 김민자(54)씨는 "양하를 따거나 동충하초를 발견하는, 지금까지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해볼 수 있었다"면서 "깊은 숲의 느낌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숲을 좋아하는 지인들도 우연히 만나고 다듬어지지않은 길을 걷는 묘미가 특별하게 와닿았다"며 다음 참가를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