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영화 '항거'·'자전차왕 엄복동' 동시 개봉

'항일' 영화 '항거'·'자전차왕 엄복동' 동시 개봉
  • 입력 : 2019. 02.20(수) 13:55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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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 유관순 이야기'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침탈에 항거한 우리 민족의 저항 정신을 되새기는 작품 두 편이 오는 27일 개봉한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관순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일대기 형식이 아니라 유관순이 3·1 만세운동 이후 고향인 충남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서대문 감옥 '여옥사 8호실'에 갇힌 후 1년여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관순이 3.1 운동 1주년을 맞아 옥사에서 다시 만세운동을 주도한 사실이나, 함께 갇힌 8호실 여성들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이다.

 영화는 시대의 차가운 공기와 조선의 독립에 대한 유관순의 뜨거운 신념을 동시에 담아냈다.

 제작진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시대상을 재연했다. 특히 세 평도 채 안 되는 서대문 형무소 감방 안에서 30여명이 수감된 광경은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처참하다. 다 같이 앉을 수도 없는 숨 막히는 공간에서 수감자들은 다리가 붓지 않기 위해온종일 빙빙 돌고, 잠도 번갈아 가며 잔다. 속옷도 없이 옷 한 벌로 사계절을 나고,서로를 감싸 안으며 차디찬 냉기를 견뎌낸다.

 그토록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이들을 지탱해준 건 연대의식이다.

 자신이 주도한 만세운동 때문에 부모를 잃은 유관순 역시 갈등하고, 후회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의 곁을 지켜주는 8호실 동료들이 있어 신념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었다. 일제 탄압에 끝까지 맞선 유관순은 고문을 견뎌내지 못하고 1920년 9월 28일 방광 파열로 옥중에서 쓸쓸하게 숨졌다.

 영화 속 옥중 장면은 흑백이다. 잿빛 스크린은 차가운 냉기를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지닌 유관순과 그 주변 인물을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상영 시간 내내 차가움과 뜨거움이 맞부딪치며 공명한다. 흑백 영상은 한편으로는 끔찍한 고문 현장을 필터로 한번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관객을 위한 감독의 배려다. 고아성은 유관순 그 자체로 보인다. 진정성 있는 연기가 가슴을 울린다.

 제작비 10억원가량이 투입된 저예산 독립영화다. 영화 '10억'(2009), '강적'(2006) 등을 만든 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자전차왕 엄복동'

 '항거'가 여성들 이야기라면 같은 날 개봉하는 '자전차왕 엄복동'은 몸과 가슴이 뜨거운 한 남자 이야기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제의 억압과 횡포가 극에 달한 당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한 엄복동 이야기를 그린다. 자전차(자전거) 한대로 조선의 자긍심을 높여줬지만, 후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영화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엄복동이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최고 자전차 선수가 되기까지 과정과 무장 독립운동가들의 활약, 양 갈래로 진행된다.

 엄복동의 활약은 사실을 토대로 했고, 나머지 부분은 김유성 감독이 영화적 상상력을 덧대 완성했다.

 총제작비 130억원(순제작비 100억원)가량이 투입된 만큼 볼거리가 제법 있다. 1913년 4월 13일 용산에서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자전차 대회나, 대규모 폭파신, 총격신 등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세련미가 떨어지는 연출은 아쉽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결이 고르지 못한편이다. 엄복동이 등장하는 부분은 마치 동화처럼 밝고 가볍지만, 독립투사들이 나오는 대목은 너무 무겁다. 특히 일제 고문 장면 등은 전체 톤과 비교해 지나치게 잔인하게 묘사된다. 강약조절의 리듬감이 느껴지기보다 불균질로 인한 어색함이 앞선다. 경주 장면 속 군중신 등은 컴퓨터그래픽(CG)임이 단박에 티가 나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가수 겸 배우 정지훈(비)은 열연했지만, 일본강점기와 '근육질' 배우의 만남은 초반에 꽤 낯설게 다가온다.

 엄복동 스승인 황재호를 연기한 이범수, 애국단 행동대원과 행동대장 역 강소라와 고창석, 친일파 사카모토 역 김희원뿐만 아니라 이시언·민효린·이경영·박근형·이원종·송재호 등 쟁쟁한 주·조연급 배우가 대거 출연했다.

 이들이 맡은 역할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지만,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 정지훈과 강소라의 애정 장면 역시 '케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영화 외적 잡음에도 시달린다. 엄복동이 영웅적인 청년기와 달리 '자전거 도둑'으로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유성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는 몰랐다"면서 "(인생의) 한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해 10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우 정석원이 영화에 편집없이 등장하는 점도 구설에 올랐다. 제작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측은 "그 사건(정석원의 마약투여)은 2017년 촬영이 끝난 뒤 벌어진 일로, 정석원이 중요한 캐릭터인데다 재촬영이 불가능해 편집 없이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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