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시인도 탐내는 외우고 베끼고 싶은 시편

[책세상] 시인도 탐내는 외우고 베끼고 싶은 시편
안도현의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 입력 : 2019. 03.08(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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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대표작가 작품 골라
시인이 풀어낸 맛깔해설 일품
화가 신철 따뜻한 그림 보태

'연탄 한 장'과 '연어'로 잘 알려진 시인 안도현이 '가만히 외우고 싶고 베끼고 싶은 65편의 시'를 골라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으로 엮었다. 여기에 화가 신철의 따뜻하고 온화한 작품이 더해지며 시의 풍미를 더한다.

3월, 완연한 봄이다. 독서의 계절, 가을은 아니지만 시를 읽기에는 봄이 더 제격이다.

이 책에는 황동규 이성복 정희성 천양희 도종환 송찬호 함민복 김해자 장석남 문태준 손택수 박성우 등의 거장부터 중견과 신진의 작품이 한데 어울린다. 한국시단을 이끌어가는 쟁쟁한 시인들의 작품들이 여기저기 반갑다. 안도현은 작품마다 해설을 넣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안도현은 책 앞머리에서 '시를 읽는 일로 생을 통과하는 있는 사람이 시인이다'라고 썼다. "시를 쓰지 않지만 시를 읽는 일로 생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훨씬 시인에 가깝다. 그는 세상의 모든 말과 우주의 예사롭지 않은 기미를 날카롭게 알아챈다. 그는 좋은 말 한 마디, 빛나는 문장 하나를 품고 있어도 하루 종일 외롭지 않다. 그는 풀잎 하나 흔들리는 걸 보고도 몸을 떤다. 여기 소재를 발효시킨 후 언어의 체로 걸러낸 65편의 시들이 있다. 하나같이 섬세하고 가무스름하고 당당하고 쌉쌀하고 여릿여릿하다"라고 기술했다.

제주출신 김수열의 시 '그믐'도 실었다. '한때 너를 아프게 물어뜯고 싶은 적이 있었다'라는 딱 한줄로 된 시다. 여기에 안도현은 그믐달을 사위어가는 형상, 생의 기력의 거의 다 소진된 상태로 봤다. "그런 그믐달을 보며 (김수열)시인은 청춘의 한때를 회상한다. 상대방을 할퀴로 물어뜯는 주체가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즉 자신이 어둠이었기 때문에 둥근 달을 물어뜯어 사그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체의 반성은 폭력적 야성에 대한 꾸짖음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라고 풀었다.

대부분의 독자는 안도현의 설명이 없다면 이 시를 제대로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시인은 일반 독자보다는 다른 시인의 시를 잘 이해한다. 때문에 이 책에 실린 시편들을 한글자씩 그 맛을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모악,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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