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제주를 디자인하다] (3)도시숲 조성 사례

[녹색 제주를 디자인하다] (3)도시숲 조성 사례
연계성·기능 고려한 도시숲 조성·관리정책 서둘러야
  • 입력 : 2019. 03.26(화) 20:3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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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병문천과 하천 복개지에 조성된 도시숲. 강희만기자

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우려 등으로 도시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숲이 미세먼지를 낮추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오존 등의 대기오염 물질을 완화시키는데도 효과가 크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울증상 위험도를 완화시키는데도 도시숲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고려대 이종태 교수 연구진과 함께 2009년 국민건강조사자료를 바탕으로 도시숲과 우울증상의 연관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7개 특별시·광역시 거주 성인 6만5128명을 대상으로 도시숲과 우울 증상의 연관성을 평가한 결과 우울 증상 완화 효과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도시숲이 가장 적은 지역의 우울 증상 상대위험도를 1로 가정했을 때, 가장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의 평균적인 우울 증상 위험도는 0.813으로 평균 18.7% 낮았다. 미세먼지와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뿐만 아니라 도시숲에 머무는 자체만으로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입증됐다. 도시숲이 미세먼지 저감 효과뿐만 아니라 도시 거주민의 건강을 증진해 대기오염에 대한 신체적 저항성을 증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도시숲의 정신건강 증진 효과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도시숲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도내 도시숲 113.42㏊
초·중·고 24개교에 명상숲
사회복지시설에도 나눔숲


영주고등학교 명상숲.

제주도내 산림면적은 8만8022㏊(국유림 3만6366㏊, 공유림 4589㏊, 사유림 4만7067㏊)에 이른다. 제주도는 지난 1973년부터 전체 산림면적의 48%에 이르는 42만6000㏊를 조림했다. 도시공원은 제주도 전체적으로 244개소에 991만1000㎡ 규모다. 도시숲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21개소에 113.42㏊, 명상숲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돼 2017년까지 24개교에 조성됐다. 이외에도 가로변이나 교통섬 녹화사업을 위해 관목류, 잔디, 초화류 등 250만본을 식재했다.

명상숲은 학교 공간을 활용해 숲을 조성함으로써 녹지면적을 확충하고 학교 숲의 다양한 기능을 최적으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청소년들의 자연체험 기회 및 정서함양에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제주시는 2010년 봉개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지난해 제주일고와 제주여상에 조성하는 등 매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나눔숲은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녹색공간 증진사업으로 사회복지시설 내 숲을 조성, 치유환경을 제공해 나가자는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다. 2010년 원광요양원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사업비 18억7700만원을 투입, 15개소에 나눔숲을 조성했다.

그동안 조성한 도시숲이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일정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시 오라올레 도시숲과 아라중앙로 가로숲길이 2015년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우수상에 선정됐다. 오라올레 도시숲에는 담팔수 등 39종 5만5000본 식재와 산책로를 조성했다. 이곳은 불법주차 공간으로 이용되는 등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던 공간을 이용해 조성했다. 아라중앙로 가로숲길은 제주대학교 병원에서 산천단까지 2.47㎞ 구간에 왕벚나무 등 33종 7만6000본을 식재했다. 이 길에는 상·중·하층의 관목과 지피식물이 식재돼 있다.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도심 속 공간인 사라봉공원 해송숲은 지난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시민의 숲으로 선정됐다.

오라올레·아라 가로숲길 등
도시숲 조성 일정 성과에도
환경·산림복지 수요부응 한계


제주양로원 나눔숲. 사진=제주시 제공

그렇지만 제주도의 도시숲 조성은 아직까지는 체계적이지 못하다. 연계성이 부족한데다 단편적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강하다. 사전 단계서부터 도시숲을 통해 미세먼지 같은 환경적 요인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건강한 도시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구상해 가야 한다. 일 예로 가로수도 '한줄 가로수'와 '하층숲 가로수', '벽면숲 가로수'가 미세먼지나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시키는 데 주는 효과가 다 다르다. 단열·단층 구조에서 다열·복층 구조로 확대 조성하는 등 도시숲으로서의 기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도시숲 조성 과정에서도 이용객들의 요구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도시숲이나 공원은 관리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생활권내 도시숲 조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현재 1인당 11.85㎡로 전국 평균 9.91㎡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동지역만이 아닌 읍면지역을 포함할 경우는 이보다 낮아지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국내나 제주도는 더욱 떨어진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는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이 27.9㎡, 영국 런던은 27.0㎡, 캐나다 밴쿠버 23.5㎡, 미국 뉴욕이 23.0㎡, 프랑스 파리 13.0㎡에 이른다. 전국 평균에 비해 많게는 세배, 제주도에 비해서도 두배 반 정도 높은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날로 악화하는 미세먼지 등을 포함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늘어나는 산림복지 수요에 부응해 나가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도시공원이나 도시숲, 명상숲, 나눔숲 등은 근본적으로 현대 도시가 마주한 다양한 문제와 얽혀 있다. 교통문제와 도로, 보행권, 도시개발, 이용자의 편익 등 여러 사안들을 고려한 정책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사안이다. 산림 관련 특정 부서만이 아닌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조성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원도심에도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도시숲 조성정책이 필요하다. 미래 지향적인 시각에서 여러 기능과 효과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도시숲 조성·관리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윤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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