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며 살아가야만 하는가

[고대로의 백록담]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며 살아가야만 하는가
  • 입력 : 2019. 04.15(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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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2년 4월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지정했다.

사람과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기업 활동에 최대한 편의를 보장하는 도시로 육성하기로 한 것이다.

도민들은 국제금융센터를 비롯해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선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발전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정부가 국제자유도시란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제주를 국가 개방의 거점으로 개발하고 이를 통해 도민의 소득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차원이었다.

1960년대 이후 도로와 항만, 공항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집중투자가 이뤄지면서 제주경제는 활성화됐고 감귤재배와 독보적인 국내 여행지로 인기를 얻으면서 1970~1980년대 제주는 빠른 소득증대를 실현했다.

그러나 2차 산업의 비중은 작고 3차 산업에 편중된 제주의 산업구조로 인해 경제의 취약성은 더욱 높아졌다. 또 1990년대 본격화된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와 농산물 개방 등의 조치로 제주지역 경제는 다시 위기에 빠졌다.

제주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게 됐다.

이에 정부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을 통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해 투자를 유인하도록 했고 관광사업에 5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외국인 카지노 사업을 허가하는 등 투자 메리트를 제공했다. 또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설립하고 국제자유도시 개발 촉진을 위한 7대 핵심 프로젝트를 선정, 추진했다.

이후 JDC와 제주도의 투자유치 노력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해외자본 투자가 이뤄지면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이 이뤄졌다. 2016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투자실적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계자본이 투자한 신화역사공원에는 콘도미니엄 등 숙박시설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이 개장했다. 지역주민들은 마을기업을 만들어 신화역사공원내 복합리조트의 세탁, 농식자재 납품 등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첨단과학기술단지에도 카카오등 국내외 우수기업 126개사가 입주해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원희룡 제주도정이 출범한 후 외국인 투자는 멈춰 버렸다.

부동산 개발 이익이 투자자들에게 집중되고 도민들에게 떨어지는 떡고물은 거의 없다는 판단을 하고 부동산 개발사업에 강력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서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는 결국 투자유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제주도의 투자유치 실적은 지난 2015년 147건·13억9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줄 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8년말 기준 투자유치 실적은 신고액 2억7800만달러·도착액 3억57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1/3수준에 그쳤다.

제주도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은 차단하고 전기차·화장품산업 등에 대한 지원과 투자유치를 통해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신기루'에 그칠 공산이 크다. 도민들은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속 주인공들 처럼 누구인지 언제 올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면서 평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고대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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