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사는 암고양이 바스테트가 이웃집 수고양이 피타고라스와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세상에 대한 지식과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며 거듭나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보살핌에 심신을 맡긴 채 무의미하게 살아가던 바스테트에게 '제3의 눈'을 통해 지식들을 섭렵한 피타고라스의 지혜들은 삶의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 그들은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에 대한 깨달음과 구현을 실천하는 길을 함께 걸어간다. 고양이1·2/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 책들
암컷 바스테트, 수컷 피타고라스
새로운 세상 향해 끊임없는 도전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 세상은
어른들 위한 우화 같은 성장소설
고권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장(왼쪽)이 김명숙 위미1리 새마을작은도서관 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담자
김명숙: 위미1리 새마을작은도서관 관장
고권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장
▶고권일(고): 감귤농사는 물론 감귤 유통 사업까지 하고 계셔서, 여장부라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항상 책을 가까이 하시고, 회원님들과 함께 지역의 독서분위기를 확산하는데 노력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김명숙(김): 회원님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셔서 저는 심부름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새마을 작은 도서관이 우리 마을에서 소통의 공간이 되고, 차를 타고 다니느라 이웃사람 손잡아 보기도 힘든 세상에 정겨운 만남의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어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독서교실과 인성과 자존감을 고취시키는 뇌교육 등도 실시하고 있으며 유명 작가님을 초청하여 회원들의 독서와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도 합니다.
▶고: 이 책은 평범한 암고양이인 주인공 바스테트가 '제3의 눈'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 피타고라스라는 수고양이와 소통하며 세상에 대한 지식의 외연을 넓혀가는 성장소설로 읽히기도 합니다. 특히 인간의 지식에 한정된 일방적 소통에 머문 피타고라스를 뛰어넘어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명체와의 양 방향 소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바스테트의 모습은 더불어 사는 인류가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함몰되어 바깥으로는 시선을 돌리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한 자신들의 무지와 무관심을 오히려 편안히 여기고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기만 한 안정적인 일상을 추구하고 안주할 뿐입니다. 내가 왜 존재하는지, 왜 지금의 모습인지, 세상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이 없는 사람들의 무의미한 삶에 반하여 새로운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해나가는 고양이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에게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주체는 인간입니다. 각각의 인간들이 자기들 중심으로 읽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에 반하여 우화에서는 인간이 이야기의 주체가 아니라 진술대상이기 때문에 인간의 면면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살피는 데 유리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우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들은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김: 먼저 반려동물을 가족 이상으로 살뜰하게 보살피는 세태를 풍자하듯, 고양이 바스테트가 정작 자신의 주인인 나탈리를 '내 시중을 드는 인간 집사'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헛웃음이 나왔지만 반려동물 키우기 열풍에 대해 조금은 불편한 마음을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우려할 만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인간의 파괴적인 광기가 나날이 새로운 형태의 테러로 자행되고 있는 지구촌에서 인류의 미래는 한없이 불안했고 페스트가 만연한 시대에는 사람들은 물론 자연계의 모든 생명들이 죽음 앞에서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고: 바른 가치관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에게 지식이 주입되면 왜곡해서 이해하게 됩니다. 실제적 정보를 거짓말로 둔갑시켜 동시대인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죠. '라블레'의 지적처럼 '의식의 뒷받침이 없는 과학은 영혼의 파괴를 부를 뿐'입니다. 테러 역시 인간의 왜곡된 세계관과 가치관이 뿌린 악의 꽃들이죠.
김: 유럽에서 만연했던 페스트도 인간의 오만이 잉태한 재앙이었습니다. 자연의 조화에 필요한 생태계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깨버린 것이죠. 인간들에 의해 천적인 독수리, 늑대, 뱀, 여우, 곰들이 거세되는 환경에서 쥐들이 득세하고 결국 페스트로 인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생을 모색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고: 관장님이 바라는 마을공동체의 내일은 어떤 것입니까.
김: 위미라는 아름다운 마을 이름처럼 따뜻한 인정이 강물처럼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이타적 소통으로 이웃들을 섬기고, 특히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었으면 합니다. 집집마다 책 읽는 소리와 웃음이 흘러나오는 마을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람이 없겠습니다.
위미1리 새마을작은도서관
도서관과 이마를 맞댄 '앞개'의 '고망물' 물소리가 서가를 휘돌아 나간다.
마을회관 3층에서 마을청년회가 학생들의 공부방 형식으로 운영하다가 2016년 1층으로 옮겨 새마을작은도서관으로 개관했다. 3000여권의 장서를 비치해 지역 주민들에게 항시 대출해 드리고 있다.
김명숙 관장을 포함한 27명의 회원들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운영에 손을 보태왔다. 마을 아이들에게 바른 인성함양과 책읽어주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작가들을 초청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해안로 4-4. 전화 064)764-1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