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 작가 이미지씨가 제주 김수열 시인의 '그런 아내를 제가…' 시구절 일부를 써놓았다.
제주 등 전국 시인 53명 참여
가난한 백성의 나라를 꿈꿨던여전히 그리운 이름 시편으로
퇴근길 집이 가까워질 무렵, 지역 국회의원이 내건 노란 바탕 펼침막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 사람사는 세상'. 5월 23일 서거 10주기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설치한 거였다.
제주 사람들은 그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 김수열 시인은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노 대통령과 같은 당의 대선 경선 후보가 단상에 올라 "그 후보의 장인 어른이 남로당 선전부장으로서 중형을 선고받았다"고 공격하자 색깔론과 근거없는 모략을 중단해달라며 "그런……아내를……제가……버려야 합니까?"라고 했던 일을 꺼내놓았다.
'그 바보는 결국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이 되고/ 건국 이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4·3유족과 도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김수열의 '그런 아내를 제가…' 중에서)
김수열 시인 등 이 땅에서 시를 쓰는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추모시집 '강물을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를 냈다. 시집 제목은 2008년 노사모 자원봉사센터 개소식 방명록에 남긴 노 대통령의 친필 글에서 따왔다.
이번 시집에는 신경림 김준태 도종환 안도현 함민복 이상국 박남준 등 원로·중견 시인에서 제주 김신숙 현택훈 등 젊은 시인들까지 전국 각지 53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정치인 노무현보다는 '남이 아프면/ 자기의 몸과 마음도' 아파했던 그의 성품을 노래하는 시편들을 주로 내놓았다. '가난한 백성의 나라', '누구도 부서지지 않고/ 서로에게 닿는 순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고인의 바람은 지금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책장을 펼치다보면 시구절을 뽑아 써놓은 캘리그라피가 편편이 실려있다. 33명의 캘리 작가들이 신영복 서체나 각자가 만든 새로운 이미지를 활용해 '노무현 정신'을 글씨에 담아내려 했다. "작은 몸짓으로나마 동참하고 싶었다"는 박명순 캘리 작가는 이런 말을 전했다. "지금도 그 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제가 사랑했던 대통령, 제가 처음으로 존경했던 정치가, 그리운 이름 석자를 불러본다. 영웅이 아니라서 더욱 좋은 사람, 노무현." 걷는사람.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