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제주를 디자인하다] (7)민간 참여 활성화 과제

[녹색 제주를 디자인하다] (7)민간 참여 활성화 과제
'도시숲 조성' 관 주도 한계… 민간과 협력체계 구축해야
  • 입력 : 2019. 06.05(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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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상도리 옛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된 '비밀의 숲' 전경. 2017년 5월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행정과 기업, 주민이 함께한 주민참여형 숲으로 만들어졌다. 이윤형기자

제주 이벤트성 등 단순 참여방식에서 못벗어나
도시숲 트러스트 전무… 전국 지자체와는 대조
행정·주민·기업 협업 통해 지속 조성·관리 필요

지난 2017년 5월,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기업이 참여한 테마 숲이 조성됐다.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 옛 쓰레기 매립장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민간 업체인 트리플래닛 간 국민참여형 도시숲 조성 협약에 따른 '비밀의 숲'(My Secret Forest) 사업이 첫 선을 보였다. 이날 1500㎡ 정도의 부지에 편백나무 150여 그루를 심는 한편 다양한 콘텐츠와 이야기를 담아 산림욕장으로 조성해 나가자는데 뜻을 모았다. 무엇보다 쓰레기 매립장을 활용 기업이 조성비용을 부담하고, 주민과 함께 나무를 심는 국민참여 숲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를 계기로 제주에서도 도시숲 조성과정에 민간부문 참여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주에서 도시숲 조성 확대·관리 등에 있어서 민간부문의 참여 활성화는 저조한 편이다.

제주시는 지난 2월 말 건입동 사라봉공원 숲 조성 예정지에서 (사)제주생명의숲국민운동, 이니스프리모음재단과 숲속의 제주 만들기 500만그루 나무심기 협약을 체결하고 상징목인 녹나무 등을 심었다. 지난 5월에는 제주시와 제주시산림조합이 500만그루 나무심기사업의 성공 추진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이처럼 민간부문의 참여가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행사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나무 심기나 꽃길 조성 등에 시민 참여를 동원하는 단순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데다 이를 위한 기업의 참여도 소극적이다.

지방자치단체나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도시숲 조성 확대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토지 확보와 재원 부담, 관리 어려움 등 여러 문제가 대두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주민과 사회단체, 기업의 참여는 중요하다. 행정과 주민, 기업 등과의 밀접한 협업을 통해 민간부문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관리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도시숲 조성을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제주에서는 아직 첫걸음도 내딛지 못했지만 전국적으로는 이삼십년 전부터 도시숲 트러스트가 구성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시민참여형 도시숲으로 꼽히는 서울숲을 주도적으로 가꿔나가는 서울그린트러스트의 경우 2003년 설립됐다. 서울숲은 원래 공원 용도가 아닌 복합시설로 개발할 부지였지만 시민단체에서 서울시에 도시숲 조성을 제안하고, 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2003년부터 추진됐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숲의 관리를 서울그린트러스트에 위탁을 하면서 성공적인 민관 협력사례로 꼽히고 있다.

철도 폐선부지에 조성된 광주시 푸른길공원은 도시숲트러스트인 (사)푸른길이 지속적인 시민참여를 이끌고 있다. 광주 도심 총 연장 8.2㎞에 이르는 푸른길 공원은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공원화를 요구해서 만든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애초 광주시는 이 부지에 경전철 사업 등을 구상했으나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0년에 공원화 사업을 최종 결정, 도시숲으로 탈바꿈했다. 이외에도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울산 생명의숲 등 전국 대부분의 광역단체에서 30여개 도시숲트러스트가 구성 운영되고 있다.

기업이 도시숲을 조성하고, 시민단체가 이를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울산광역시 남구에 있는 국내 최대의 도심공원(369만 평 규모)인 울산대공원은 SK그룹이 지역 사회공헌 차원에서 조성했다.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에 걸쳐 약 105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후 울산시에 기부채납했다. 서울숲 조성에도 70여개 기업·단체가 참여했다. 전국적으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357개 업체가 도시숲 조성 등 도시녹화운동에 참여했다.

전국적인 흐름에 비춰볼 때 제주지역에서 아직까지 도시숲 트러스트가 구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이렇다보니 시민과 기업이 도시숲 조성과 관리에 참여하는 사례는 드물다. 다른 지역에 비해 기업 규모나 기업체 수 등이 적은 한계에다 사회공헌 활동 활성화가 미흡한 측면도 있다. 제주에서 도시숲 조성 등은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숲 조성 관리를 위한 도시숲 트러스트 활동이나 기업의 참여에 있어서 가시적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와 이니스프리모음재단 및 자원봉사자 등이 지난 4월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삼무공원에서 녹나무 등을 식재했다.

도시숲의 지속가능한 조성과 관리를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산림청은 제2차 도시림 기본계획(2018~2027)에서 정부나 지자체만으로는 도시림 확대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반면에 도시숲의 다양한 수요 증대 및 기능이 부각되고, 관심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지역도 도시숲을 조성하기 위한 공간 확보나 재원 마련의 어려움, 관이 주도하는 지속적인 관리의 한계가 차츰 드러나고 있다. 그런 만큼 도시숲 조성 관리는 행정의 적극적인 의지와 민간부문의 참여가 함께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숲 조성에만 그치지 않고 민관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조성·관리 협력방안의 토대를 갖춰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도시숲의 지속가능한 조성과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및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참여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제주도와 행정시 등이 사전 분위기 조성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 주민과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활성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제도적 장치 마련도 고민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제주지역의 여건상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도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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