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1. A대학의 2011학년도 신입생들의 입학전형별 조직역량 CLA평가 결과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은 대학들에게 아주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어느 대학이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싶어 하고 그 학생이 우리 대학을 졸업해 우리 대학의 명예를 빛내주길 바라며 그를 통해 또 우수한 학생들이 우리 대학을 선망하여 지원해주기를 기대한다. 다소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대학은 어떤 신입생을 선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미래를 일부분 결정한다.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좋아한다
1만6718명. 서울 소재 주요 11개 대학이 2020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신입생의 수다. 이는 이 대학들의 전체 모집인원인 3만3717명의 49.58%에 달한다(예·체능 모집단위 및 정원 외 특별전형 선발인원 제외). 우리나라에서 소위 '명문대'라고 평가받는 대학들은 자신이 선발할 수 있는 신입생의 절반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 정시 선발 인원의 두 배 정도이다. 사실 대학 입장에서도 정량적인 전형으로 선발하면 더 손쉽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대학 입장에서도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부담스러운 전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신입생을 이렇게나 많이 선발하는 것일까?
앞서 말했지만 대학들에게 '어떤 학생을 우리 대학의 신입생으로 선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입학전형을 설계하는 일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그리고 그 입학전형이 최초에 설계된 의도대로 운영되었는지, 즉 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평가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이후 약 10년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인원을 늘려왔다. 대부분의 대학은 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신입생들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소재 모 대학에서 취업한 졸업생들의 'CLA(Collegiate Learning Assessment)' 평가 검사 결과를 입학전형별로 공개한 적이 있다(『학생부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 교육의 변화』, 「신입생 특성 종단연구」, 2017년 서울 10개 사립대학 심포지엄. 숙명여자대학교; 황희돈). 해당 보고서에서는 CLA평가를 크게 조직역량/인지역량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평가했다. 인지역량 부분에서는 정시 출신 학생들이 대부분의 영역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체 취업자와 비취업자의 인지역량 평가 차이는 미미했고 조직역량 차이가 두드러졌으므로 결국 취업에서 변별을 주는 부분은 조직역량의 차이라고 결론지었다. 2011학년도 입학전형별 취업자들의 조직역량 차이는 표1과 같았다.
전략기획과 글로벌파워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입학사정관전형 출신의 학생들이 가장 높은 역량을 보였다. 해당 보고서는 입학사정관 전형 출신의 학생들의 정규직 취업률이 가장 높은 이유를 이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조직역량'의 우수함이라고 평가했다.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선호하는 이유
표2. A대학의 각 학년도 입학 전형별 각 영역 순위
표2는 보다 다양한 부분에서 입학전형별 신입생들의 특성을 보여준다.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은 꾸준하게 GPA(학점)과 인지역량에서 상위권에 위치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학생, 즉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학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시 출신 학생들은 중도이탈율이 언제나 가장 높았고 학과만족도와 조직역량에서 하위권에 위치했다.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다른 지표를 제쳐두고,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의 낮은 중도이탈율과 높은 학과만족도는 대학이 왜 학생부종합전형을 선호하는 지에 대한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지금의 팀을 그닥 좋아하지 않고 더 좋은 팀으로 이적하기 위한 기회만을 노리는 선수를 그 팀의 팬들이 좋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정 기준이상의 역량만 충족한다면, 우리 대학과 전공을 진심으로 좋아하여 우리 대학 안에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이 대학의 입장이라면 그렇지 않을까.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태도, '예민함'
대학과 회사의 인재선발 구조는 큰 틀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지원자/경쟁자의 특성의 차이이다. 회사라면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는 인재가 빠른 시일내에 회사의 수익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대학은 어린 학생들의 '성장'의 가능성에 더 방점을 둔다. 그 점에서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이 더 성장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전형의 선발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이란 결국 3년이라는 고등학교 생활동안 내가 무엇을 느끼고 배웠으며 어떻게 성장해왔는지에 대한 기록을 근거로 하는 평가이다. 그리고 이 기록 자체가 학생의 성장의 가능성을 일정 부분 보여준다.
성장의 가능성은 나의 경험을 받아들이는 예민한 정도를 포함한다. 나의 일상을 관성적으로 지나치는 사람과 그 각각의 순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사건과 나의 관계를 찾아내려는 사람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 이를 '예민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모든 순간을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같은 하루를 보냈더라도 더 많은 내용을 일기장에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삶의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현실적인 대입의 차원에서도 다르지 않다. 관성에 휩쓸려 수동적으로 이끌리는 학생의 학생부는 아무리 좋은 내용으로 채우려고 해도 티가 나게 마련이다. 결국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대학에 간다. 대학은 내 삶의 최종적인 목표가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대학을 다니면서 나를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태도는 나의 모든 순간을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삶의 감수성이다. 그리고 이런 학생이라면 아마 대부분의 대학이 4년 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반드시 생각할 것이다.
<전구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전구현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