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구(이디스 워튼 지음, 이리나 옮김)=여성에게 참정권조차 없던 20세기 초반에 저자는 여성의 억압적 상황을 유머와 통찰, 세련된 문체로 묘사했다. 이 책은 인간의 허식에 대한 조롱과 집단의 압력 앞에 무력해지는 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100년 전 작품이지만 현재의 생활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탁월한 심리 묘사에 빠져들 수 있다. 책읽는고양이. 9900원.
▶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이와모토 마나 지음, 윤경희 옮김)=일본에서 의대를 졸업한 저자는 프랑스에서 수십 년 간 자녀를 키우며 활동해왔다. 이방인 신분이어서 사회와 문화 전반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고, 교육, 가정생활과 육아, 경제와 사회 등 장단점을 모국 사회와 비교 비판하는 시각도 갖게 됐다. 날카롭고 깊은 프랑스 탐구서이면서 사회비평서이다. 올댓북스. 1만4000원.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문태준 지음)=2018년 목월문학상에 이어 2019년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한 한국 대표 서정시인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산문집이다. 지난 10년간 시인은 변하기보단 더 깊어지는 쪽을 택했다. 시인의 마음밭에 자라난 언어들을 세심히 보살피며 키워낸 글들을 묶은 산문집에는 시인의 시선과 언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음의숲. 1만4800원.
▶물사물 생활자(신영배 지음)=지난 2년 동안 시 전문지 계간 '발견'에 연재한 글들을 묶은 책이다. '사물에 대한 새로운 글쓰기'라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시라고도 산문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시이기도 하고 산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글은 일상 속 폭력 앞에 놓인 사람들 이야기이며, 폭력의 반대쪽으로 사물들을 옮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발견. 1만3000원.
▶울릉도, 1882년 여름(김도훈·박시윤 지음)=1882년 울릉도 검찰사로 임명된 이규원은 10여일 동안 울릉도 전역과 해안을 검찰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고종은 이듬해 16가구 54명을 섬으로 이주시켜 울릉도 재개척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규원의 검찰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130여 년 전의 모습을 되살렸다. 디앤씨북스. 1만7000원.
▶빠샤 아저씨(도용복 지음)=월남전 참전군인 출신의 자수성가 사업가인 저자는 50대에 고엽제 합병증이 발병하며 죽음의 위기를 맞았다. 이후 오지탐험과 음악에 열정을 쏟은 저자는 1993년 남아프리카 여행을 시작으로 172개국을 방문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단순 여행기록에서 벗어나 한 인간의 열망을 담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멘토프레스.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