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년기온 보다 낮은 기온과 함께 잦은 비날씨와 장마, 그리고 때 이른 태풍까지 겹치며 여름농사가 폐작 위기다. 사진은 비 피해를 입은 제주시 애월읍 소재 수박밭. 강희만기자
제주산 마늘·양파·맥주보리의 과잉생산에 따른 처리난에 이어 이번엔 잦은 비날씨와 장마, 그리고 때 이른 태풍까지 겹치며 제주지역의 여름농사가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타지역과는 달리 연일 평년기온을 밑도는 여름날씨와 기상청의 '중계형 기상예보'로 인한 각종 피해로 해당 농가들의 원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22일 제주 북부와 서부지역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돼 시간당 20㎜ 이상의 강한 비가 쏟아졌다. 특히 제주 북부에는 오전10시30분을 기해 108.3㎜가 쏟아지며 7월 중 역대 1시간 강수량 1위의 기록을 남겼다. 이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수확철을 맞은 제주 서부의 기장은 물론 수박이 물에 잠기며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에 내몰렸다. 한창 수확의 결실을 맛 볼 이들 농가들은 하늘을 원망하며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신엄 일대에서 3만3000㎡(1만평) 규모의 수박농사를 짓는 김병현(54·제주시 애월읍) 씨는 "평년보다 낮은 기온에다 장마와 태풍, 폭우로 인해 신엄·어음·봉성 등 애월읍 소재 26개리의 수박농사가 모두 망쳤다"라며 "특히 올해는 궂은 날씨로 부담이 커진 농약 값과 종자 값은 물론 인건비를 포함해 그 피해가 막대해 영농자금 상황도 빚을 내고 다시 빚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수박의 잎과 줄기는 물론 꼭지까지 말라 고작 20%가량 수확한 게 전부다. 심한 농가는 아예 100% 산지폐기를 해야 할 실정이고, 올해 수확 초반에는 수박 값이 좋아 큰 기대를 했는데 최근 궂은 날씨로 인한 잇단 악재로 빚만 더 늘게 생겼다"라고 푸념했다. 농약·비료·농자재 구입·인건비 등 포함해 3.3㎡(1평)당 투입비는 평년 2700원에서 올해는 궂은 날씨로 농약 살포 횟수가 늘며 3000원선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평년기온 보다 낮은 기온과 함께 잦은 비날씨와 장마, 그리고 때 이른 태풍까지 겹치며 여름농사가 폐작 위기다. 사진은 비 피해를 입은 제주시 애월읍 소재 수박밭. 강희만기자
제주 서부지역의 기장 재배농가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최근 수확철을 맞은 가운데 여러 차례 침수를 당하며 수확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어 피해가 만만치 않다. 또한 한창 생육 중인 도내참깨농가와 더덕농가의 시름도 더해지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지난주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잦아 기장 수확과 당근 파종에 지장을 줬고 노지수박의 역병 및 흰가루병 등의 병충해 발생이 늘었다"라며 "해당 농작물에 대한 적기 수확 및 파종, 그리고 병충해 방제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지난주 수박가격은 제주시농협 공판장에서 9㎏ 기준 3957원으로 지난해 5450원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이처럼 올해 제주산 농산물의 경우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과 처리난에 이어 기상악화로 자연재해까지 가중되며 이래저래 농민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차원의 소극적인 농가 피해조사는 물론 기상청의 실시간 기상정보를 바꿔 보도하는 '중계형 기상예보'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올해 제주산 마늘 생산량은 지난해에 견줘 10% 가량 늘어난 3만6000t이다. 제주산 양파도 지난해보다 7% 늘어난 9800t에 이른다. 맥주보리도 9200t으로 지난해 보다 20%나 늘었다. 이에 따른 가격 하락과 처리난이 심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