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촌사람들이 제2공항을 중단하라며 제주도청 앞에서 백배를 하고 있다.
도청 앞 천막촌서 보낸 반년
전례 없던 운동의 현장 담아"미래 선취하는 마을의 이름"
2018년 12월 19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사람이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제2공항 추진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었다. 그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천막 주변으로 하나둘 모여들었고 제주지방경찰청, 제주도의회, 제주교육청 등 '제주 공권력의 중심 무대'인 제주도청 앞에 '천막촌'이 생겨났다.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로 있는 윤여일씨도 동료들과 연구자공방 천막을 세우며 천막촌 사람이 되었다. 그 때가 2019년 1월이었다. 그가 '미래에 있을 누군가를 위해 이곳의 지금을 기록'한 '광장이 되는 시간'을 냈다. '천막촌의 목소리로 쓴 오십 편의 단장'이란 부제가 달린 책으로 한겨울에서 시작해 어느덧 여름을 맞으며 반년 간 천막촌 사람들 곁에서 경험하고 사고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천막촌은 지난 많은 운동을 앞에 두고 있으며, 그것들을 참고하고 계승한다. 과거의 운동은 우리에게 침전된 가능성이고 실천의 참조점이고 못 이룬 약속이다. 천막촌은 그 과거들을 여기저기서 불러들이며 새로운 미래를 산출하고자 한다."
저자는 천막촌이 제주에서 전례 없던 것이지만 고립되어 있지 않고,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멀게는 항쟁으로 소환하려는 제주4·3이 있고 가깝게는 강정이 있다. 천막촌은 여러 운동들을 이으며 그것들을 다시금 운동하도록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천막촌은 새로운 마을이다. 단지 여러 개의 천막이 모여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전에 없던 마을을 살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격과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이들, 합의과정에서 배제된 이들이 새로운 공공 영역을 만들어내려 한다.
천막촌 사람들은 아직 승리하지 못했고 여전히 운동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닿고 싶은 나날을 앞당겨 시도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천막촌은 미래를 선취하는 마을의 이름'이라고 적으며 그곳에서 만난 목소리들을 들려줬다.
"당신은 누구냐고 묻길래, 우리는 겁쟁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더 참혹한 미래를 만날 자신이 없어 지금 여기서 싸운다고 말했습니다." 포도밭출판사. 1만5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