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식 분위기 속 예스런 음식어릴 적 어머니 요리 보고 익혀추억 되살리는 꿩엿 등은 인기
지금은 다양하고 화려한 퓨전 음식점들로 인해 심플하고 소박한 제주 전통음식점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제주의 옛 음식과 가까워지고 알리려는 꿩·메밀요리 전문점 '메밀꽃차롱'을 찾았다.
나무로 둘러싸인 정원 같은 길을 따라 가게로 들어섰다. 보통 제주 전통 음식점 하면 제주전통 가옥 등으로 구성된 예스러운 분위기를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메밀꽃차롱'은 현대식 건물과 세련된 카페 풍의 분위기로 가게를 꾸몄다. 그러나 그 속에서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식기들과 제주 전통 차롱 등이 현대식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꿩메밀손칼국수. 김현석기자
지난 2014년 문을 연 '메밀꽃차롱'의 고형훈(41) 대표는 "저는 원래 여행사에 근무했었어요. 업무로 인해 제주지역을 많이 돌아다녀 보니 제주 전통 음식점이 생각보다 찾기 힘들더라고요. 관광객이 질문해도 섣불리 대답을 하기 힘들어서 제주 전통 음식점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가게를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차롱은 제주에서 냉장고가 없는 시절에 음식물을 보관하거나 먼 거리로 나를 때 쓰던 전통 용기다. 제주 전통 용기 차롱에 메밀을 담아 드리겠다는 뜻으로 가게 이름을 '메밀꽃차롱'으로 정했다고 한다.
꿩엿. 김현석기자
고 대표의 추천으로 꿩메밀손칼국수를 주문했다. 곧 보기에도 구수하고 얼큰해 보이는 요리와 신선한 반찬들로 테이블이 금세 채워졌다. 허기진 마음에 한입 떠먹으니 메밀로 만들어진 칼국수 덕인지 걸쭉하고 배지근한 맛이 배를 감쌌다. 또 안에 들어간 무채와 함께 맛보자 어릴 적 시골집에서 자주 먹었던 명절 음식인 빙떡을 떠올리게 했다. 매일 아침 직접 만드는 신선한 반찬 또한 음식과 잘 맞아 기분을 좋게 한다.
2인 이상이면 시킬 수 있는 꿩 한마리 코스와 메밀꽃코스도 '메밀꽃차롱'의 대표 메뉴다. 단 미리 만들어 두기 힘든 메밀요리의 특성상 사전 예약은 필수다. 꿩 한마리 코스는 샐러드, 메밀전, 메밀범벅, 꿩가슴살 샤브샤브, 다릿살버터구이, 메밀사리 그리고 디저트로 구성돼 있다. 디저트는 고 대표가 직접 만든 수제 차와 꿩엿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메밀꽃차롱 고형훈 대표. 김현석기자
꿩엿은 만드는 데만 3일이 걸린다고 한다. 먼저 좁쌀로 밥을 하고 엿기름을 넣어 발효시킨 뒤, 만들어진 것을 짜서 나온 국물을 졸인 후 조청을 만든다. 그 후 꿩고기를 잘게 찢어서 넣고 한 번 더 끓이면 꿩엿이 완성된다. 고 대표가 권한 꿩엿을 맛보자 달콤한 보약 같은 맛과 잘게 찢긴 꿩고기가 잘 어우러져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고 대표는 "옛날부터 꿩엿은 기관지에 좋다고 해서 보약으로 아이들에게 한 숟가락씩 떠먹이곤 했다"며 "지금도 꿩엿만을 구매하러 오시는 손님들이 많이 계신다"고 말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대표는 힘든 점보다는 제주 전통 음식을 홍보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메밀꿩칼국수와 반찬차림. 김현석기자
고 대표는 "제주도가 메밀마을, 메밀꽃 축제 등 1차 산업에 관련된 지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1차 산업 위주로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메밀을 이용하는 전통 음식 등과 연계해서 메밀 농사부터 음식까지 이어지는 차원의 정책이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던 요리를 먹고 어깨너머로 배운 것을 토대로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제주 전통 음식을 알리고 또 이로 인해 제주 음식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메밀꽃차롱은' 제주시 연동 368-1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업시간(일요일 휴무)은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휴식시간)이다. 메뉴는 꿩메밀손칼국수 1만1000원, 메밀미역수제비 8000원, 메밀꽃코스 1인 1만8000원, 꿩한마리코스(2인 기준) 5만5000원이다. 문의=064-711-6841. 김현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