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 3부] (3)전남 청산도 해녀

[한국 해녀를 말하다 3부] (3)전남 청산도 해녀
푸르른 청산도 앞바다에 울려퍼지는 숨비소리
  • 입력 : 2019. 09.16(월) 0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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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달하던 제주출신 해녀
매년 감소해 현재 20명 남짓
성게·소라 등 잡아 생계 이어
고령화로 물질 작업 어려운데
설상가상 행정적 지원도 미비
"병원비 지원해 부담 덜어줘야"


산,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러 청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섬 청산도. 구름마저 느리게 흘러간다는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매년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제주출신 해녀들의 숨비소리는 울려퍼지고 있다.

오정열 해녀가 바닷속에서 채취한 전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 4일 '한국해녀를 말하다' 취재팀은 청산도에서 물질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출신 해녀들을 만나기 위해 전라남도 완도항을 찾았다. 완도에서 남동쪽으로 약 19.7㎞ 떨어진 섬인 청산도는 완도항에서 뱃길로 5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또한 차량을 실을 수 있는 훼리호가 수시로 다녀 섬을 방문하는 데에는 큰 불편이 없다.

취재팀이 청산도를 찾았을 당시에는 밀물과 썰물의 해수면 높이 차가 많이 발생하는 사리물때 기간이었기 때문에 바닷속 시야가 좋지 않아 해녀들의 물질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해녀 대부분이 병원 등 평소 미루었던 일을 보기 위해 완도읍내로 나가고 있던 터라 청산도 지역의 전체 해녀에 대한 취재는 불가능했다. 이에 취재팀은 청산도 도청항 인근에서 해녀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정열(65·우도) 해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산도 인근 해상에서 물질에 나선 오정열씨.

오 해녀는 과거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돈을 벌기 위해 제주를 떠나 전국 이곳저곳을 떠닐며 물질을 이어오다 청산도 출신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1976년에 청산도에 정착했다. 그가 청산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당시 이곳에는 수백여명의 제주출신 해녀가 물질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현재 청산도에서 제주출신 해녀들은 20명 내외로 줄었고, 실제 물질에 나설 수 있는 인력은 고작 15명 남짓이다. 고령화를 겪으며 물질을 그만두거나 청산도를 떠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주처럼 이곳 역시 젊은 해녀가 없고 해녀 연령층 또한 60대·70대로 해녀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산도 전경

청산도에 남아 물질을 이어가고 있는 해녀들은 성게, 해삼, 소라, 전복 등을 잡으며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 해녀들이 바다에 나가 해산물을 채취해 오면 마을 어촌계에서 무게를 측정하고 6(어촌계)대 4(해녀)로 분배한다. 그러나 소라같은 경우 어촌계와 분배하면 ㎏당 2000원 정도가 남는다. 만약 해녀가 바다에 나가 하루종일 물질에 나서 소라 15㎏를 잡아오면 실제적으로 해녀에게는 3만원 가량이 남는다. 물질에 나서 번 돈은 병원비를 겨우 충당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해녀들은 행정적인 측면에서 적어도 병원비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열 해녀.

오정열 해녀는 "수십 년간 물질에 나서다 보면 잠수병, 관절 등 몸이 성한 데가 없다"며 "이 때문에 해녀들은 쉬는 날이면 읍내로 나가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데, 행정에서 적어도 병원비라도 지원해줘 해녀들의 부담을 덜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다음날인 5일 오전부터 오 해녀는 청산도 인근 해상에서 물질에 나섰고 취재팀은 오 해녀의 물질에 동행했다. 아직 사리물때라 바닷속 시야가 좋지 않았으나 오 해녀는 바닷속에서 금세 전복 한 미를 캐내어 망사리에 담아냈다. 결과적으로 이날 수확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오 해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청산도 도청항 전경.

오 해녀는 "언제까지 물질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물질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자신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해녀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 청산도 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 해녀의 명맥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태윤기자

▶특별취재팀=팀장 고대로 행정사회부장, 이태윤기자

▶자문위원=양희범 전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장, 조성환 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 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조성익·오하준 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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