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주 세계환경수도 가는 길] (11)지하수 질산성 질소 오염 가중

[2020 제주 세계환경수도 가는 길] (11)지하수 질산성 질소 오염 가중
점점 높아지는 질산성 질소 농도… 먹는 물 ‘위협’
  • 입력 : 2019. 09.23(월) 00:00
  •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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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역 지하수 관정 오염 농도 20여년 전보다 갑절 가량 높아
서림수원지 이어 올해 한림수원지 폐쇄… 수질회복 장담 어려워
도 대응은 사후약방문 수준… 특별관리구역 추가 지정 등 추진

제주의 생명수가 질산성 질소로 오염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지하수의 수질오염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로 비료나 분뇨에 많이 포함된 질소성분에 의한 질산성질소가 음용수(사람이 그대로 마시거나 음식을 만드는데 쓸 수 있는 물) 수질기준을 초과하는 지역들이 늘어났다. 과도한 질소 비료의 시비나 가축분뇨에 의해 지하수가 오염되면서 질산성 질소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주 서부지역 농업용 관정의 질산성 질소(NO3-N) 농도는 최근 3년새 배 이상 높아졌다. 한국농어촌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서부지역 농업용 지하수 관정 12개소에 대한 수질 검사결과, 대부분 관정에서 질산성 질소 농도가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하귀리(W-014) 농업용 관정 질산성 질소 농도는 2016년 2.6㎎/ℓ에서 2018년 4.6㎎/ℓ로 높아졌다. 용수리(D-010) 농업용 관정은 4.1㎎/ℓ에서 2018년 17.9 ㎎/ℓ, 광령리(D-045)는 2.6㎎/ℓ에서 2018년 ㎎/ℓ, 영락리(D-055)는 11.1㎎/ℓ에서 2018년에는 17.9㎎/ℓ로 높아졌다.

특히 영락리 농업용 관정에서는 암모니아성 질소까지 지속 검출되고 있어 오염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2016년 0.03㎎/ℓ에서 2017년 0.21㎎/ℓ가 검출됐다.

질산성 질소로 지하수가 오염된 지역은 양돈·축산시설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지난 1990년대 도내 약 8000여 농가에서 소(젖소·한육우) 5만여 마리와 돼지 13만여 마리를 사육했다. 당시 이들 축산시설 중 절반 정도는 간이정화 시설을 갖췄으나 나머지 시설들은 폐수를 그대로 방류했다. 지하수 오염과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축산폐수를 정화하지 않은 채 땅 속으로 계속 흘려보내면서 지하수의 오염이 가속화된 것이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이 올해 지하수 관정 133개소를 대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오염지표 항목 중 질산성질소 농도가 지하수 환경기준(환경정책기본법)인 10㎎/ℓ를 초과한 관정은 서부지역 7개소, 남부지역 1개소 등 총 8곳으로 조사됐다. 질산성질소 농도는 서부 5.3㎎/ℓ, 동부 2.3㎎/ℓ, 남부 1.9㎎/ℓ, 북부 1.5㎎/ℓ순으로 조사됐다. 서부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약 2~3배 높게 나타난 것은 농업 형태 및 집약된 축산업 영향인 것으로 보건환경연구원은 분석했다.

이처럼 질산성 질소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가속화돼 왔으나 제주도의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지하수의 오염원 차단과 지하수 수질 회복에 치중하기보다는 '사후약방문'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974년 용천수 수원지로 개발된 후 40년 넘게 지역주민에게 음용수를 공급해왔던 제주시 한림읍 한림수원지(옹포천 수원지)가 질산성 질소 농도가 타 지역 농도보다 높게 나타나 지난 1월 폐쇄됐다.고대로기자

제주도는 지난 1월 수원지 상류에 양돈장이 밀집해 있는 제주시 한림읍 한림수원지(옹포천 수원지)를 폐쇄했다. 한림수원지는 한림, 애월, 한경면 일부지역 1만2000세대에 식수를 공급하는 곳이었다. 제주도는 이곳의 질산성질소 수치가 다른 정수장보다 높게 나타나자 지난 2011년 국비 120억원을 투입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질산성 질소 수치가 2~4배 높게 나타났다. 옹포천에서 취수한 2만t을 고도처리시설 1만t과 급속여과시설 1만t으로 처리해 공급해왔으나 질산성 질소 농도가 7∼8㎎/ℓ로 타지역의 농도(평균 3∼4mg/)보다 높게 나타남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다.

한림수원지는 지난 1974년 하루 2만t의 용천수 수원지로 개발된 후 40년 넘게 지역주민에게 음용수를 공급해 왔으나 이제 더 이상 식수사용이 불가능하게 됐다.

제주도는 한림수원지가 먹는 물 수질기준(10㎎/ℓ이하) 이하로 유지할 수 있도록 오염원 차단 등 수질관리에 철저를 기할 방침이나 수질 회복은 장담하기가 어렵다. 1990년대초부터 질산성 질소가 높게 검출돼 2012년 폐쇄한 대정읍 서림수원지의 수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비료와 농약의 과다한 사용도 지하수 오염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골프장을 비롯해 감귤원과 여러가지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밭에 뿌려지는 비료, 퇴비 및 농약 또한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농작물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병충해를 예방해 수확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비료와 퇴비는 식물의 성장을 돕는 질소(N), 인산(P), 칼륨(K) 성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비료와 퇴비의 주 성분인 질소는 산소와 반응해 암모니아성 질소나 질산성 질소로 변화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1984년 미국 지질조사소가 미국내 농경지의 지하수에 대한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질산성질소가 음용수 수질기준(10㎎/ℓ) 이상 검출된 지하수공이 네브라스카주에서 10%였고, 켄자스에서는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농경지에서는 158㎎/ℓ의 매우 높은 질산성질소가 지하수에서 검출된 바 있다. 하와이에서는 지하수에서 농경지에 뿌려지는 농약성분이 많이 검출돼 10개의 지하수공이 1986년 폐공 처리(밀봉)되기도 했다.

적정량의 비료와 농약을 밭에 뿌리는 경우에는 그 성분들이 대부분 식물에 의해 흡수되거나 분해돼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되면 이 성분들이 토양 내에 남아있게 돼 토양오염을 일으킴은 물론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특히 비료나 농약을 뿌린 지 얼마 안돼 비가 내리면 이들이 빗물에 섞여 지하수로 유입됨으로써 지하수의 오염을 초래하게 된다.

제주도는 지하수 오염예방을 위해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 추가 지정 등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지하수 오염의 재앙은 막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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