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김준의 '섬문화 답사기'

[이 책] 김준의 '섬문화 답사기'
"육지와 닮아가는 제주다움 속상"
  • 입력 : 2019. 10.1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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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문화 답사기' 제주편에 실린 마라도 애기업개 할망당.

제주 본섬에서 추포도까지
미역줄기같은 생의 이야기

문화다양성 지켜갈 그 섬들


"섬은 섬의 자연과 문화가 공존해야 한다. 이것이 섬살이 자양분이다. 이를 지켜내지 않으면 문화다양성이 거세되고 쓰레기로 남아 섬을 오염시킨다."

도시도, 농촌도 정체성이 사라진 채로 뿌리를 알 수 없는 공간과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는 이 시절에 그가 섬으로 떠나는 이유다. 섬을 걷고 그곳에 사는 이들을 만나고 그들 삶을 기록하는 일은 생태와 문화 속에 얻어낸 지혜를 씨오쟁이에 담아두려는 뜻이 있다. 그 자루에 담긴 씨앗을 농부가 밭에 뿌려 열매를 거두듯 누군가는 시로, 누군가는 소설로 그려내리라.

한국 3300여 개 섬 가운데 460여 개 유인도를 20년에 걸쳐 낱낱이 누벼온 김준씨. '한국 섬총서' 프로젝트로 여수·고흥, 신안, 완도편을 냈던 그가 네 번째 '섬문화 답사기'로 진도·제주편을 묶었다.

그의 섬 답사기에는 고독과 고립의 공간에서 사나운 바다, 거친 바람과 온몸으로 맞서며 미역줄기처럼 질기게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진도권에 있는 섬들과 제주 본섬, 그에 딸린 9개 섬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여자들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물질을 배웠다. 보리밭보다 갯밭에서 얻는 소득이 더 많았다. 뭍으로 시집을 갔다가 가파도 바당만한 벌이를 찾기 어려워 섬으로 돌아온 어머니도 있었다."

그의 제주 여정은 그 섬 가파도에서 출발해 우도, 마라도, 비양도, 차귀도, 상추자도, 하추자도, 횡간도, 추포도로 이어진다. 본섬에서는 제주를 바라볼 때 꼭 생각했으면 하는 것들로 한라산, 송당본향당, 곶자왈, 해녀, 등대와 도대불, 탐라국입춘굿 등을 추려 담았다. 일반 현황, 여행정보 등은 말미에 실었다. 저자는 그 걸음 끝에 "자꾸 제주다움이 육지와 비슷해지는 것이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털어놓는다.

발로 쓴 보고서이지만 하멜 표착지를 가파도로 적어놓는 등 더러 맞지 않은 대목이 보인다. 1980년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해안에 하멜 표착 기념비가 세워졌지만 최근 표착지 논란이 일며 민간 단체와 마을회에서 대정읍 신도리에 위령비를 설치한 일이 있다. 보누스. 2만8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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