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이상민의 편집국 25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입력 : 2019. 11.14(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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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강도의 총에 맞아 죽음을 앞둔 주인공 피터의 삼촌은 어린 조카에게 이 말을 남겼다. 그 길로 강도의 뒤를 쫓은 피터는 범인의 얼굴을 보고 경악했다. 피터는 삼촌이 죽기 직전 범인이 이미 다른 곳에서 강도짓을 하는 모습을 봤지만 그땐 외면했다.

현실에선 누가 가장 큰 힘을 갖고 있을까. 당장 머리 속에 정치인이 떠오른다. '정치인 잘못 뽑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은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얼마나 큰 힘을 휘둘렀는지를 반증한다.

제주시가 인위적으로 복개한 한천 콘크리트의 300m 구간을 내년부터 모두 철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콘크리트를 받치기 위해 촘촘히 박힌 기둥들이 물의 흐름을 방해해 홍수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개천은 지난 2007년 태풍 나리 때 이런 문제를 처음 드러냈다. 당시 복개구간을 중심으로 하천이 넘쳐 4명이 사망·실종하고 주택 74동이 침수됐다. 복개천이 집중 호우 땐 재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당시 제주시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며 380m 구간 중 80m만 철거했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오판이었다. 2016년 태풍 때 또 복개천이 범람해 주택이 침수됐다.

그러나 당시 잘못된 결정에 관여한 사람 중 책임을 통감한다는 이는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다. 당시 결정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어느 한 정치인은 더 큰 권력을 갖으려 선거 때마다 캠프를 기웃거린다. 어디 이뿐이랴. 교통·하수·쓰레기 대란 등을 겪으며 무책임한 정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손해는 오로지 도민 몫이다. 그래서 정치가 '힘'만 좇는 시대는 암울하다. 이걸 바꾸지 못하면 우린 영화 속 피터보다 더 큰 절망 속에 살아야 한다. <이상민 행정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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