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학교] (10·끝) '책 여행'을 마무리하며

[책읽는학교] (10·끝) '책 여행'을 마무리하며
책으로 소통… 독서의 진짜 재미를 맛보다
  • 입력 : 2019. 12.10(화)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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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는 올해 '독서교육활성화 프로젝트-책 읽는 학교'기획을 통해 학교 현장에 '왜 책인가'를 화두로 던졌다.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독서프로그램 사례와 책과 함께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은 '토요북카페'가 운영된 서호초등학교의 즐거운 도서관. /사진=한라일보DB

다시 도서관으로… 낯설지만 즐거운 변화 시작
교사와 더불어 생각을 키우며 성장하는 아이들
똑같은 책 다른 생각… 공감과 이해·배려 배워


누구나 책을 읽게 되는 계기가 있다. 부모의 열정적인 독서학습법 덕을 보거나, 그냥 무심코 읽은 책이 '인생책'이었다거나 혹은 교육과정 속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등등.

시작이 어떻든 '책 읽는 재미'를 깨우치는 건 자신의 몫이다. 다만, 학교가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는 있다.

본보는 올해 '독서교육활성화 프로젝트-책 읽는 학교'기획을 통해 학교 현장에 '왜 책인가'를 화두로 던졌다.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독서프로그램 사례와 책과 함께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취재과정에서 접한 아이들의 즐거운 변화는 짜릿함을 안겨줬다. 아이들은 교실과 수업에 녹아든 독서교육을 통해 천천히 '책 읽는 맛'을 즐기고 있었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교사, 학부모, 학교도 '책'을 공통분모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독서의 진짜 재미를 알아가고 있었다.

신성여자고등학교

아라중학교-나의 인생책 추천하기

화북초등학교

제주서초등학교 독서골든벨



# 학교의 야심찬 시도… 수업과 교실에 녹아든 독서교육

학교는 책 읽기가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도록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도서관은 아이들게 친근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재구성되어갔고, 교장실 문턱도 낮아졌다. 책을 매개로 친구, 교사, 학부모와 의견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의 즐거움이 커졌다.

제주북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선·후배간 특별한 수업은 책과 도서관을 친숙하게 다지는 기회가 됐다. 마을개방형 학교 도서관인 김영수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1일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 된 6학년 선배들이 1학년 후배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조용하고 차분했던 아이는 적극적으로, 평소 체육활동을 좋아하던 아이는 쉬는 시간에 도서관으로 향했다.

특별한 수업을 통한 소통 확대도 주목할 만 하다. 화북초등학교의 특별한 수업은 교단에 선 '엄마'들에 의해 이뤄졌다. 매주 화요일 '이야기 선생님'이 돼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집이 아닌 교실이기에 더 특별하다. 저청중학교에서는 학부모 재능기부로 독서동아리가 운영됐다. 애월중학교는 독서를 중심으로 한 5개 교과의 주제 통합 수업으로 '책과 함께 한 여행'을 떠났고, 제주서초등학교는 친구들과 함께 '온 책 읽기'를 통해 책 읽는 재미를 찾아갔다.

신성여자고등학교가 진행한 사제동행 독서토론 '공감사색 북콘서트'를 향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부시간을 쪼개며 참여할 만큼의 가치가 있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소통의 즐거움을 알아감은 물론 선생님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귀덕초등학교는 전교생이 함께 그림책을 만들며 책 읽기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

학교 도서관의 존재 가치도 빛났다. 서호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자주 찾는 개방적인 학교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 담당교사의 바람에서 시작된 '토요 북카페'가 운영됐다. '토요 북카페'가 운영되는 학교 도서관은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장소로 변한다. 소리내 책을 읽고, 재미있는 체험활동을 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공유하는, 친밀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아라중학교는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를 통해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즐거움을 더해줬다.

애월중학교-평화인권역사탐방

저청중학교

그림책에 들어갈 그림을 들고 있는 귀덕초등학교 어린이들

도서관탐험 중인 제주북초등학교 어린이들



# 책… 조금씩, 천천히, 차근차근 스며들다

"천천히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꼭 따라와요. 그 과정을 도와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고요."(서호초 김경란 교사)

한번에 큰 변화를 원하는게 아니다. 조금씩, 천천히, 차근차근 하다보면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은 훌쩍 성장해있다.

학생들은 함께 책을 읽고 여행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그 이야기를 마음 깊이 남겼다. 책을 의미있게 읽는 또 다른 방법을 깨닫기도 했다. 자연스레 독서의 재미를 알아갔다. 함께 읽은 책을 공통분모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아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다가가는 법을 깨닫는다.

도서관이 보다 친근해지고, 책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도 변화다.

입시경쟁에 내몰리지 않았다면 꿈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은 책을 통해 다양한 꿈을 간접 체험하고, 자신의 꿈에 다가가기도 한다.

자신들을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진로를 제대로 선택하고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독서고, 이를 지원해주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 학교, 바람직한 독서 경험의 장 돼야

'왜 책인가'. 교사들에게 던진 화두에 각양각색의 대답이 돌아왔다.

책 안에는 인간이 지닌 지식과 경험, 생각, 감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지혜가 있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우리 삶의 질을 바꾸고,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행위라고도 했다.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건 최고의 선물이라거나, 입학 전 독서시스템 구축을 통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책을 즐기는 가정, 사회가 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독서 경험은 학교의 교과 수업 시간을 활용할 때 가장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일이 바로 교실수업이기 때문이다.

독서교육을 통해 정보의 바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자신만의 항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도 있었다.

책을 읽으며 즐거움을 오롯이 느끼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타인과 공유해보는 것, 또 계속 반추하며 또 다른 책 속으로 빠져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한 권의 책이 자신에게 체득되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학교가, 교사가 독서교육에 열정을 쏟는 이유기도 하다. <끝>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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