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의 11월말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는 10만4934대, 주차장은 14만4064면으로 주차장 확보율은 137%다. 차량보다 주차면 수가 더 많은 사실만 놓고 보면 주택가나 상가 주변에서 빈 주차장을 찾아헤메기 일쑤인 심각한 주차난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주차장은 일반차량이 드나들기 힘든 아파트, 숙박시설, 공공시설물 등 대형 건축물 부설주차장(12만2414면)이 포함된 것으로, 주택가나 상가 등 정작 주차장이 필요한 지역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것이 주차난의 주된 원인이다.
서귀포시가 17일부터 내년 1월까지 주차장법을 위반한 건축물 부설주차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선언했다. 건축물 부설주차장은 해당 건축물 이용자를 위한 시설로, 주차장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니 위반한 건물 소유주에 대한 행정조치는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번 특별점검이 주목받는 것은 최근 3년동안 애써 행정력을 투입해 위법을 확인하고도 사후조치에는 손놓고 있었던 탓이다.
시는 2017년 처음으로 17개 읍면동 소재 부설주차장 940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2018년에는 12개 동 지역 5263곳, 올해는 5개 읍면지역 3060곳 등 3년동안 1만7726곳의 부설주차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10.4%인 1837곳에서 위법사실이 확인됐다. 위반 유형별로는 물건적치 517곳, 창고 등으로 용도변경 470곳, 출입구 폐쇄 388곳, 기타 462곳 등이었다.
이렇게 10곳 중 1곳 꼴로 위법사실을 확인해놓고도 서귀포시가 취한 조치는 2017년과 올해 각 한 차례, 2018년 두 차례의 원상회복명령이 전부다. 부설주차장의 위법 사용이 적발되면 소유자에게 원상회복명령 행정처분을 내리고, 이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나 형사고발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상회복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경우는 3년동안 단 1건 뿐이었다. 이것도 1층 주차장을 카페로 불법개조해 영업하는 대범함에 주변에서 여러차례 민원을 제기하면서 취해진 조치였다.
시가 부설주차장을 전수조사한 목적은 위법을 바로잡아 원래 주차장 목적대로 사용토록 해 주차난을 덜기 위함이다. 그런데 위법 부설주차장에 대한 원상회복명령만 내리고 이를 이행했는지 확인에는 손놓고 있었으니, 주차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얌체짓을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안이함만 심어준 꼴이다.
물론 행정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게다. 예산관계로 전수조사 시기에만 기간제 요원을 채용하고, 평소 부설주차장 전담직원은 1명 뿐인데 1000곳이 넘는 곳을 일일이 현장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법사실을 확인한 행정의 입장이라고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지는 변명에 가깝다. 시에서 전담하기 어렵다면 읍면동의 도움을 얻든지, 관련 예산확보 노력을 하든지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한 위법에 대한 후속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는 게 당연하다.
최소한의 법적 주차공간인 건축물 부설주차장의 일부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한편에선 주차공간 확충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불법에 대처하는 적극 행정과 주차장법은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이 아닌 꼭 지켜야 한다는 시민 공감대 확산이 절실한 오늘이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