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행동과 생활양식도 질병 발생에 기여한다. 행동이 만성 질환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행동을 다루는 심리학이 과거 어느 때 보다 건강관리에 많이 관여하고 있다. 1978년 미국심리학회에 38번째로 건강심리학(health psychology)분야가 공식적으로 시작됐고 건강심리학은 심리학의 한 분야로 개인의 신체건강에 영향을 주는 개인의 행동과 생활양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를 생물심리사회학적 모형에서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 건강이 유지되거나 질병에 걸리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데, 심리학은 곧 건강증진, 질병의 예방과 치료, 건강 위험 요인 확인, 건강관리 체계의 향상 등에 적용돼 건강심리학의 새 분야로 등장하게 됐다.
관련된 이론 중 반두라(Albert Bandure, 1986)는 인간이 자신의 생활에 대해 비록 예외는 있지만 통제력을 행사하는 잠재력을 지닌다고 가정하는 사회인지이론을 제안했다. 인간이 자신이 중요하고 성취 가능하다고 보는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인지과정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고 자신이 얼마만큼 통제력을 행사할 지를 믿는 신념을 '자기효능감(self- efficacy)'으로 정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흡연 유혹을 물리칠 수 있다는 믿음처럼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개인이 바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행동을 자신이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을 뜻한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흡연을 물리치는 행동을 시도하지만 자신이 무엇인가 할 수 있다고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시도하지 않으려하고 빨리 포기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담현장에서도 자신에게 잠재된 가능성을 부정하고 실패 경험의 트라우마에 갇힌 분들을 만나게 된다. 이 분들에게 충격에 의해 생긴 왜곡된 두려움을 오래 간직하고 있는 저 밑 마음을 일으켜 세워 보여주고 알게해 스스로 벗어나도록 하는데 가장 큰 장애 요인이 '나는 안된다' 라는 부정적인 마음인 것이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학적 요인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떤 경로를 통해 생물학적인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건강에 대한 다음의 질문을 해 본다. 건강은 부정적인 상태가 없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긍정적인 상태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신념, 환경, 행동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인가?
생물심리사회적 모형에 따르면 건강은 질병이 없는 그 이상이다. 질병이 없는 사람은 앓지는 않지만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 생활습관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지원이 빈약하거나 높은 스트레스에 부적절하게 대처하거나 보장된 의학적 관리를 회피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요인들이 미래 질병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건강이 다차원적이기 때문에 삶의 모든 측면, 즉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들이 모두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관의 전문에 건강에 대한 현대의 서구적 정의를 이렇게 명시했다. '건강이란 단순히 허약하지 않고 질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well-being) 상태이다'. 이 정의는 건강이 단지 병원체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긍정적 상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컨대, 건강한 사람이란 현재 질병이나 장애가 없을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행동하는 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심리학이 신체적 질병과 관계되며 건강에 관여돼야 하는 이유다. <우정애 상담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