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강정효의 '제주, 아름다움 너머'

[이 책] 강정효의 '제주, 아름다움 너머'
관광책자엔 없는 제주의 삶과 사연
  • 입력 : 2020. 01.3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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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오른 감흥을 실어 시인묵객들이 남겨 놓은 마애명.

신들의 고향·한라산의 가치
풍광의 겉 아닌 속살 이야기

80여 개 주제로 풀어쓴 제주

그는 '일만팔천 신들의 고향' 제주를 불러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거친 환경을 헤쳐가야 하는 어려움이 그만큼 컸기에 제주 사람들은 수많은 신을 청했으리라. 유네스코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나 제주 곳곳 신당들이 과거부터 이어져온 문화재를 넘어 지금, 여기 제주의 삶과 연결지어 읽어야 하는 이유다.

얼마 전 제주민예총 이사장 임기를 마친 강정효 작가의 '제주, 아름다움 너머'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까지 살펴야 진짜 제주가 보인다고 말한다. 신문 연재글 등 80편 넘게 실었는데 주제별로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는 등 간명하게 풀어썼다. 취재·사진기자를 지낸 이력으로 글에 더해진 사진은 이해를 돕는다.

그는 여전히 제주 관광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일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관광으로부터 관광을 보호하기 위해 관광개발을 공부했다"는 그는 경승이나 문화재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며 살아온 이들의 사연에 관심을 가질 때 제주 자원들이 제대로 보존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풍광의 겉이 아닌 속살을 들여다봤다. 재물의 신 칠성, 태풍에 쓰러진 신목, 제주도의 관개수로, 가뭄 극복 염원이 담긴 기우제단, 댓돌과 폭낭, 단산과 거욱대, 제주의 골목길을 일컫는 올레 등을 지나 제주4·3 잃어버린 마을, 정뜨르비행장, 제주도의 장두 이재수, 일제 강제징용의 현장인 동굴진지, 제주역사의 굴곡이 담긴 새별오름, 송악산과 알뜨르까지 닿는다. 제주의 또다른 이름인 한라산을 둘러싼 개발 논란과 식생, 전설도 10여 편의 글로 묶어냈다. 조선시대 제주 최고의 명승으로 꼽혔던 안덕계곡의 흥망성쇠를 다룬 대목은 지속가능한 '관광지' 운영에 시사점을 준다.

"훗날 여러분이 다시 찾고 싶은 제주가 온전히 이어지길 바란다면 제주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함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제주 관광책자엔 나오지 않은 이야기들로 책을 엮으며 그가 건넨 말이다. 한그루.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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