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자기 초월의 약동' 꽃 피울 힘은 교육

[책세상] '자기 초월의 약동' 꽃 피울 힘은 교육
심리학자 폴 디엘의 '사랑의 욕구'
  • 입력 : 2020. 03.0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운명의 정점 이르려는 본성
교육 개입해 방향 잡아줘야

다섯 살 여자아이가 있다. 아이의 부모는 산속에 위치한 별장식 호텔을 운영하며 안정적으로 살지만 아이는 버릇없고 이기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보인다. 투숙객들은 모두 이 아이를 욕하고 피한다. 말 그대로 못된 아이다.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폴 디엘의 아내인 잔 디엘은 그 여자아이를 두 달 동안 관찰했다. 여자아이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차츰 행동이 개선됐다. 아이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험담도 줄었다.

교육을 주제로 쓴 폴 디엘의 글 네 편과 잔 디엘의 글 한 편을 묶은 '사랑의 욕구'는 못된 아이 사례 연구를 비롯 아동과 청소년의 발달을 다루고 있다. 1950~60년대에 발표된 글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지점이 있다.

폴 디엘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 욕구로 사랑 받고자 하는 욕구, 존중 받고자 하는 욕구, 바르게 지도 받고자 하는 욕구를 꼽았다. 욕구가 있다면 그것은 충족시키길 원한다는 의미이다. 그 때문에 엄마를 마음껏 사랑하고 엄마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싶은 아이가 그럴 수 없을 때 아이의 마음은 다친다. 이같은 경험은 막 발달하기 시작한 아이의 정신을 왜곡시킨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들이 항상 모범적일 수는 없다. 아이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꺾어버리는 일들이 생긴다. 폴 디엘은 부모들이 범하는 이같은 교육상의 실수를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신 그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어가 '자기 초월의 약동'이다. 약동은 자신의 타고난 자질들을 꽃 피우려는 힘으로 자기 운명의 정점에 이르고자 하는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약동이 우리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가정이나 사회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대목에 교육이 개입한다. 교육이 할 일은 아이와 청소년의 행동을 인습적 규범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그들의 약동을 궁극적으로 꿈꾸는 삶의 방향에 맞춰주는 데 있다. 저자에 따르면 교육의 최종 목표는 나와 너의 경계가 분명하고 타인과 타당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화로운 인격체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는 비록 완벽하게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교육의 이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하정희 옮김. 바람의아이들. 1만7000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03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