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살아남은 증언자가 까이고 추락하는 사회

[책세상] 살아남은 증언자가 까이고 추락하는 사회
조정환의 '증언혐오'와 '까판의 문법'
  • 입력 : 2020. 03.13(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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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런 글을 남긴 신인배우 장자연은 2009년 3월 7일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된다. 신인배우 윤지오는 장자연의 죽음과 관련해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2018년까지 13번에 걸쳐 증언했다. 23만5796명은 "고 장자연의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며 국민청원을 했고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진다.

이같은 상황은 2019년 4월 16일 '윤지오씨 말은 100% 진실일까요?'란 SNS 포스팅이 뜨면서 달라진다. 증언자의 핵심 진술을 부정하는 주장을 담은 이 글은 윤지오에 대한 명예훼손, 사기 혐의 고발로 이어졌다. 이제 '누가 왜 장자연을 죽게 만들었는가?'라는 사회적 물음 대신에 '윤지오는 사기범죄자인가?'라는 사법적 물음이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다중지성의 자율성을 탐구해온 조정환의 '증언혐오'는 동시에 출간된 '까판의 문법'과 더불어 세월호 참사 5년이 되는 날에 시작된 '증언선 윤지오호의 침몰'이라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약 7개월간에 걸쳐 여러 경로에서 입수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고 면밀하게 검토했다.

그는 윤지오를 증언자에 대한 마녀사냥의 희생자로 본다. 윤지오의 말 중에서 '영리하게'처럼 토막토막 절취한 단어들을 가져가 그의 증언을 의심하게 만드는 키워드로 쓰였는데 전체 대화 맥락을 읽으면 그 의미는 정반대가 된다고 했다.

윤지오가 마녀사냥을 당하기 전에 무엇을 증언했고 왜 그것이 장자연 사건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지도 살폈다. 장자연은 피해자이기 이전에 윤지오에 앞서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증언자였음에 주목한 저자는 그들의 증언에 담긴 내용이 여러 사람의 경험담과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상황적 진실성을 갖는다고 썼다. 갈무리. '증언혐오' 2만2000원, '까판의 문법'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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