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왜 1980년대는 24시간 이용을 허했을까

[책세상] 왜 1980년대는 24시간 이용을 허했을까
김학선의 '24시간 시대의 탄생'
  • 입력 : 2020. 03.13(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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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통행금지제도 폐지 등
시간을 국민통치 수단으로

1980년대는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에 의해 시작됐다. 암울하게 새로운 10년의 첫발을 뗐지만 민주화운동으로 대통령직선제를 이루어냈고 올림픽을 치르는 등 대한민국사회가 민주화와 세계화로 나아갔다. 사회적 모순과 갈등이 용광로처럼 들끓었으나 사회가 분열되거나 붕괴되지는 않았다. 그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김학선의 '24시간 시대의 탄생'은 부제 그대로 '1980년대의 시간정치'를 돌아보고 있다. 그동안 1980년대 연구가 정치적으로 상반된 세력 간의 갈등과 대립을 조명하거나 정권 유지를 위한 이른바 '3S 정책'이나 경제 발전을 살폈다면 이 책은 1980년대 24시간 시대가 열림으로써 하루 24시간이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자원으로 적극 개발되고 활용되면서 사회적 갈등관계가 조율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이후 등장한 신군부는 이전 정권과의 단절을 선언한다. 광복 이후 시행되어온 야간통행금지제도 철폐가 그중 하나다. 이는 표면적으로 신군부가 국민에게 24시간의 자유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신군부가 야간통금 해제를 통해 '자율'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규율로 천명하고 국민의 24시간을 통치의 수단이자 통제의 대상으로 삼고자 했다고 봤다. 야간통금 해제는 24시간 이용이 자유로워지면서 자본의 순환이 빨라졌고 가속도가 붙은 시간은 신자유주의적 속도경쟁으로 내모는 계기도 되었다.

이 시기 국익과 건전한 사회풍토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한국방송공사가 1981년부터 격년으로 4차례 '국민생활시간조사'도 실시했다. 저자는 조사 과정에서 국민의 일상시간이 국가의 자원으로 개념화되면서 국내적으로 국민을 재결집하고 동원하는 자원으로 활용되었고 국외적으로는 국가 간 경쟁에 필요한 경제적 자원으로 쓰였다고 했다.

1961년 폐지된 서머타임제의 재도입은 애초에 내건 '자유시간의 증가'는 이루지 못한 채 오히려 노동시간이 연장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 시대에 상대적으로 많았던 임시공휴일은 국민을 동원하거나 위무하는 수단으로 작동했다. 창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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