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포스트 코로나19] (6)교육

[제주 포스트 코로나19] (6)교육
교육현장 혼란·불안 딛고 '미래교육'의 새 기회로
  • 입력 : 2020. 06.02(화)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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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에 따라 도내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원격 수업을 하는 교사. 한라일보 DB

코로나19로 교육 변화 급물살
사상 첫 '온라인 개학' 시행에
교육격차 심화 등 우려도 제기
“미래교육 향한 첫 단계로…"
원격수업 보완 움직임 '꿈틀'
과대 학교 문제 해결도 시급
교육 재정진단 등 선제 대응을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는 사상 유례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감염 우려로 집에서 수업을 듣는 '온라인 개학'이 실시됐고, 확산세가 둔화된 이후에도 모든 학년이 아닌 고3을 시작으로 한 순차적 등교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등교수업이 미뤄지면서 예정된 중간고사 일정을 취소하는 학교가 생겨났으며, 교실에서도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수업을 듣는 등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교육재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선 '교육격차 심화', '학부모 부담 가중', '기반시설 미흡' 등의 문제가 계속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상황을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교육'의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라고 진단한다.

등교 개학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고3 교실 풍경.

▶일상화되는 '원격수업'=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끊이지 않으면서 교육부는 지난 4월 9일 고3·중3을 시작으로 한 '온라인 개학'을 순차적으로 시행했다. 원격수업이라고도 불리는 온라인 개학은 교사가 과목별로 인터넷 강의를 열면 학생들이 집에서 접속,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시 코로나19 방역모범국이었던 싱가포르가 개학 강행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자 이를 반면교사로 '비대면 수업'을 결정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개학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현장에서는 아이 대신 부모가 수업을 듣는다며 '학부모 개학'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겨났고, 대면수업에 익숙한 아이들은 학습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특히 맞벌이나 조손·한부모 가정 등 학습 지도가 어려운 경우와 한국어를 몰라 수업을 들을 수 없는 다문화가정 학생에게는 온라인 개학이 오히려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러가지 우려가 나왔지만 교육당국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까운 시기에 원격수업을 필두로 한 '미래교육'이 도래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첫 단계로 삼자는 것이다.

제주도의회에서도 지난달 21일 제38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오대익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원격수업 지원 조례안'이 수정가결됐다. 효율성이 담보된 원격수업 정착을 목표로 만들어진 이 조례안에는 ▷원격수업 지원을 위한 교육감의 책무 ▷원격수업지원위원회 운영 ▷실태조사 ▷연구 및 연수 ▷출결 및 평가 ▷기반조성 ▷공정성과 형평성 ▷연구·시범학교 운영 ▷의견수렴 ▷협력체계 구축 등이 담겨졌다.

이 밖에도 도내 4개 대학교(제주대·제주국제대·제주한라대·관광대)에서도 등교수업을 무기한 연장, 비대면 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한라대학교에서는 실험·실습 과목을 위주로 '단계적 수업 재개'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 3월 30일 유튜브로 생중계한 '코로나19 대응 신학기 준비 온라인 공감회의'

등교 개학하는 초등학생들.

▶수면 위로 떠오른 '과대 학교'=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된 '과대 학교' 문제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5월 기준 제주시 동지역 고교 8곳(오현고·제주여고·중앙여고·신성여고·제주제일고·대기고·남녕고·사대부고)의 학급당 학생수는 평균 33.6명이다. 특히 남녕고는 고3 12개 학급 가운데 학생 수가 40명을 넘는 학급이 2개 반이 존재, '콩나물 시루'를 연상케 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역시 인구가 집중된 제주시 동지역을 중심으로 학교 신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삽을 뜬 곳은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덮어놨던 숙제'였던 과대학교 문제도 코로나19가 터지자 제주도교육청이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달 25일 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대 학교에 대해 학년(군)별 격주 등교를 원칙으로 전체 학생 수의 2/3 수준 범위에서 교육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과대 학교 기준은 초등학교 학생수 900명 이상(제주시 12개교, 서귀포시 3개교), 중학교 700명 이상(제주시 9개교), 고등학교 제주시 평준화 일반고(8개교)다.

아울러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고의 경우 과밀학급 해소 방안으로 '연차적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30명 이하'로 만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 제주도교육청은 약 17억원의 예비비를 활용해 시설 및 교원을 확대하는 등 급한 불을 끄고 있다.

▶결국은 '돈'=원격수업을 일상화하려면 기기를 수시로 바꿔줘야 하고, 교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과대 학교 역시 3~4개의 반을 쪼개 반 하나를 더 만든다는 것으로, 그만큼 교사와 공간, 시설 확충이 불가피하다. 즉 예산이 뒷받침돼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재정을 늘리기에는 버거운 점이 많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학생수 감소에 따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중앙정부 외에 두 번째로 많은 수입원인 지방자치 이전수입도 제주도가 지난 4월 재정 압박으로 인해 '재정진단 용역 결과 보고서'를 발표할 정도로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교육청은 일부 타 시·도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재정안정화기금' 조성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있지만 조성 여부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한 입장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길호 제주도의회 의원은 지난달 20일 제주도교육청의 추경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앞으로 3~4년 후에는 교육재정이 나빠질 것"이라며 "교육청은 제주도와의 긴밀한 협의는 물론 재정이 열악해질 것에 대비한 재정진단 등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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