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제주항 서부두 내항이 해저 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
지난 5일 오전 10시 서부두 내항. 항내 정박중인 선박 주변에는 기름띠가 둥둥 떠 있었고 음료수 캔과 삼다수병, 스티로폼 등 각종 부유물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어 찾은 12일 오후 3시. 간조시간대 항내 바닷물 수위가 낮아지자 바다속에 있던 온갖 폐기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어선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폐타이어를 비롯해 자전거 바퀴, 나무상자, 폐사어, 빈병과 비닐, 포대, 플라스틱, 잘라진 취수 파이프 등 온갖 폐기물들이 가득했다.
이중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의 자디잔 입자들인 경우 지렁이나 어류등의 몸에 들어가 생물 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서부두 횟집 인근 선박수리소에서 선박고압세척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온갖 오염 물질도 여과없이 그대로 바다로 유입되고 있었다.
서부두 횟집 뒤편 물양장에는 수십개의 바닷물 취수관들이 얽혀져 바닷속에 잠겨 있었다. 이곳 일부 횟집에서는 이 취수파이프를 통해 바닷물을 끌어 올리고 있다. 취수한 바닷물은 물양장에 설치된 모래여과장치를 통해 정화를 거친후 사용하고 있다.
도내 활어 수송차들도 제주항 내항의 오염된 바닷물을 취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금속 등 유해물질에 의한 해양 퇴적물을 수거처리하고 저서환경 복원이 필요하지만 오염된 해양폐기물 정화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해양환경공단 제주지사와 제주자치도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해양환경공단은 전국 주요 항만을 중심으로 해양환경 개선 및 해양생태계 보전·복원, 선박의 안전운항 확보를 위해 해양수산부로부터 해양폐기물 정화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23개소에서 해양폐기물 정화사업을 실시해 바닷속에 침적된 해양쓰레기 2880t을 수거한바 있다.
해양환경공단 제주지사 관계자는 "이곳은 무역항으로 제주도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곳은 수심이 낮아 퇴적물을 수거하는 우리배는 들어갈 수가 없지만 제주도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예산을 지원받아 퇴적물 수거에 나설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달에도 제주항 내에서 해양쓰레기 수거에나서 80t가량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며 "바닷속 쓰레기 수거인 경우 전문인력 투입이 불가피 함에따라 상시 수거는 어렵지만, 해양쓰레기가 많이 쌓일 경우에는 해양수산부의 요청에 따라 예산을 지원받아 수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환경전문가 류성필 박사는 "해양퇴적물에 있는 유해화학물질이 해양생물에 축적될 경우 해양생물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높다. 바다 오염퇴적물에서는 트리부틸주석과 아연, 납, 비소 ,카드뮴, 수은 등의 유해성 물질들이 검출되고 있다"며" 제주항 내항은 3등급 수질해역으로 지정됐던 만큼 수질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 내항은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2006년 해역별 수질등급 평가에서 3등급으로 지정됐던 곳이다. 3등급 수질해역은 공업용수나 선박의 정박정도만 이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