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견학차 가파도를 방문했다. 가파도항을 둘러보자 항 내에는 차량 7대가 주차돼 있었는데 전기 차량 한대를 제외하고 모두 휘발유, 경유 차량이었다. 차량들은 물품들을 실은 뒤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마을 안으로 향했다. 방문 전 상상 속 '탄소 없는 섬' 가파도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가파도에서는 '탄소 제로섬(Carbon Free Island)' 안내문을 쉽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섬 남쪽에는 풍력발전기 2대가, 마을 안 주택단지에는 태양광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섬 곳곳에는 대부분 화석연료로 한 차량이 운행 중이었다. 전기 차량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섬 한편에서는 디젤발전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청보리밭에는 농부가 디젤 경운기를 이용, 방제 작업이 한창이었다. '탄소 없는 섬' 가파도 프로젝트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가파도를 탄소 없는 섬으로 조성하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지난 2011년부터 추진됐다. 가파도에서 사용하는 화석에너지를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모두 대체한다는 계획이었다. 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가파도의 신재생에너지 자급률은 38%까지 떨어졌다. 나머지 에너지는 화석연료로 대체하고 있다. 프로젝트 추진 10년 차를 맞이한 현재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한 프로젝트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30년까지 제주를 신재생에너지로 100% 공급하겠다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계획을 갖고 있다. 가파도는 시험 대상지로 전국에서 많은 관심이 이어졌다. 그러나 가파도는 프로젝트 10년차를 맞는 시점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 카본프리 아일랜드 계획 목표는 10년 앞으로 다가왔다. 시험 대상지조차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의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는 어떤 모습일까. <이태윤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