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건축은 그 나라 수준
좋은 설계 중요성 높여야
건축은 개인적인 작업에서 출발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 사회가 같이 만들어내는 거라는 부부 건축가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사무실을 열어 설계를 하면서도 여전히 건축가라는 직업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난감한 적이 많았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부부는 인터넷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렸다. 그것을 바탕으로 묶인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전보림·이승환의 '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은 오늘날 건축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담은 에세이다.
두 사람이 공들여 쓴 대목은 공공 건축이다. 울산 매곡도서관 설계 등에 참여했던 이들은 링컨 대통령의 말을 빌려 공공 건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공공의, 공공에 의한, 공공을 위한 건축. 공공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세금으로 지어지는, 우리 모두가 주인인 건축이 공공 건축이라고 했다.
2014년 기준 국내 공공 건축에 투입된 예산은 28조원이었다. 학교, 버스 정류장, 공원, 동사무소, 도서관, 체육센터, 보건소, 소방서, 경찰서, 노인복지회관, 청소년수련센터 등이 모두 공공건축에 해당한다. 공공 건축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공공 건축은 여러 사람이 경험하는 건축인 만큼 개인 주택이나 명품 매장과는 사회적 파급력의 크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좋은 설계로 잘 지어진 공공 건축에서 많은 이들이 효율적이고 쾌적한 공간을 경험하고 아름답고 편리한 디테일을 접한다면 자연스레 설계의 중요성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공 건축의 수준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고 진단했다. 공모전에 낸 이미지만 그럴듯하고 내부 설계는 평면의 합리성은 고사하고 성의조차 없는 건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건물이 왜 별로인지 사람들이 관심조차 없다.
공공 건축이야말로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라는 부부 건축가는 또 하나의 당부를 덧붙인다. 공공 건축물은 반드시 접근성이 좋은 곳에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부지의 접근성을 등급으로 매겨 꼼꼼하게 따지고 검증받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계획을 할 때 행정 청사나 도서관 등의 공공 건축 부지는 주요 도로나 역에서 먼 외곽으로 밀어넣고 접근성이 좋은 부지는 민간에게 분양해서 이득을 챙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 이런 일은 시민이 용서하지 않아야 한다." 눌와.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