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의 백록담] 낼모레 스무 살 문예재단, 정치보다 문화

[진선희의 백록담] 낼모레 스무 살 문예재단, 정치보다 문화
  • 입력 : 2020. 08.24(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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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때였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2018년 8월 3일 8대 박경훈 이사장 퇴임식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문예재단은 박 이사장의 재임 시 성과로 "2001년 개원 이래 정체되어 있던 정원을 크게 확대하고 사무처를 폐지해 3본부를 신설하는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문예재단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적었다.

이처럼 문예재단이 높이샀던 3본부는 이내 축소된다. 중도하차한 9대 이사장은 지난해 2월 3본부 7팀 1TF를 2본부 6팀으로 개편했고 사임 직전 1TFT를 추가했다. 지난 5월 취임한 10대 이승택 이사장은 이사회의 지원 아래 더 빨리 조직을 손봤다. 2본부 6팀 1TFT를 1실 10팀 1TFT로 고치고 지난 14일자로 인사에 나섰다.

공모로 선임된 새로운 이사장이 부임하면 대개 조직개편이나 인사가 따른다. 응모 시 제출한 직무수행 계획을 임기 내 풀어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일 게다. 하지만 이번엔 교감에 실패했다.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위원회가 "이사장의 독단적이고 원칙 없는 일련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공개 성명을 냈다.

인사팀은 문화예술섬 제주의 실질적 컨트롤타워 등을 맡기 위한 개편이라고 했으나 상식을 벗어난 사례가 보였다. 공무원 파견설이 돌았던 경영기획실장은 지난 19일 예고한 제주도청 인사 명단엔 없었지만 문예재단 인사권자의 애초 계획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뒤늦은 설명대로 외부 공모로 채울 거였다면 진작 절차를 밟아 공석을 줄여야 했다. 예술지원팀 내 예술인복지센터, 지역 문화격차 해소를 취지로 내건 서귀포사무소TFT는 인력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서부권·서귀포사무소를 설치했다면 동부권사무소도 만들어야 될 일이었다.

문예재단 조직 개편 영향은 내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업무의 연속성이나 추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탓인지 코로나19 확산세와 별개로 예술가와 제주도민이 이용하게 될 '예술곶 산양' 전시·개관 일정이 늦춰진다는 소식이다.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이번엔 문예재단 공간 배치를 두고 말이 나오고 있다. 2000여 만원을 들인 공사를 거쳐 8층으로 옮긴다는 문예재단 건물 6층의 이사장실을 외부 자문 인력 공간으로 쓸 예정이라는 거였다.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8층에 있던 회의실이 그 자리로 간다며 이를 부인했지만 일각에선 그것이 도지사의 대권 의사와 맞물려 있다는 주장을 폈다. 종전 본부장과 달리 경영기획실장을 위한 별도 업무실을 조성한다는 계획에 대해선 "누구를 위한 인사냐"는 불만도 더해지고 있다.

수장을 '코드 인사'로 앉히더라도 문예재단의 앞날까지 흔들어선 안된다. 문예재단은 2001년 개원 초기에 비해 사업 대상이 세분화·다양화되고 한 해 예산이 146억원에 이르는 등 덩치가 커졌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른 광역문화재단이 지금 어떤 일을 펼치고 있는지 보시라. 지난 2월 이래 제주문예재단발 문화예술계 코로나19 대응책은 지지부진했고, 7월말까지 진행한다는 피해조사 후속책은 들려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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