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이 경미하면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않지만, 어느 정도 심해지면 관련 증세들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사진은 자동혈구분석기
흔히 ‘어지럼’으로 여겨지는 빈혈핏속 적혈구가 부족한 병적 상태원인 복잡하지만 90%는 ‘철결핍’발병원인 따라 적절한 치료 받아야
빈혈(貧血)은 가장 흔한 질병이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어지럼'을 빈혈이라고 여기지만 의학에서 이야기하는 빈혈은 핏속에 있는 붉은핏톨이라고 부르는 적혈구의 절대 수가 부족한 병적 상태이다. 다양한 질병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빈혈을 먼저 발견해 숨겨진 다른 질병을 찾아내기도 한다.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한치화 교수의 도움을 받아 빈혈에 대해 알아본다.
한치화 교수
▶조기 발견과 진단= 성숙한 적혈구는 세포의 크기가 작고, 위에서 내려다 보면 과녁모양의 도넛 형태이지만 옆으로 보면 위와 아래의 중앙 부위가 안으로 약간 들어간 땅콩 모양이다. 적혈구 내부에는 산소와 결합하는 단백인 혈색소(헤모글로빈)들이 풍부하게 있어서 붉은색을 띤다. 적혈구는 들숨을 통해 폐로 들어온 공기 속의 산소와 결합해서 온몸에 산소를 전달하고, 몸속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를 폐로 가져가 날숨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빈혈이 있는 환자들은 공통으로 피부와 눈의 결막, 입술 등이 창백하고, 심해지면 조금만 움직여도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숨이 차고 순간 땀이 난다. 그리고 쉽게 피로해지고, 허약감과 식욕 감퇴, 불면증 등을 느낀다. 아주 심해지면 발목을 중심으로 양쪽 다리의 부종과 심장비대, 폐부종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빈혈 증세들은 모두 적혈구 부족으로 산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일어난다.
국제보건기구(WHO)는 빈혈의 기준을 적혈구의 갯수 대신 혈액 100㏄(=㎗)에 들어 있는 혈색소의 양을 그램(gram, g)으로 정하고 있다. 빈혈의 기준이 남자와 여자, 나이, 임신 여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성인 남자는 13g/㎗ 미만, 성인 여성은 12g/㎗ 미만, 임신 여성은 11g/㎗ 미만을 빈혈이라고 한다.
빈혈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일반혈액검사(complete blood cell count, CBC)라는 간단한 검사로 빈혈 여부를 바로 알게 된다. 혈액을 조금만 채혈해 자동혈액분석기에 넣으면 빈혈의 기준을 정하는 혈색소 농도 뿐만 아니라 적혈구 개수, 헤마토크릿과 적혈구지수라고 부르는 적혈구 크기(MCV)와 적혈구의 혈색소농도(MCH, MCHC) 같은 유용한 결과를 한 번에 받아볼 수 있다.
정상성숙적혈구.
▶빈혈의 원인=빈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수많은 원인 가운데 약 90% 이상이 철결핍이다. 나머지 10% 미만이 ▷비타민 B12나 엽산 같은 비타민 결핍 ▷새로 생성된 적혈구가 120일도 되지 않아 일찍 파괴되는 각종 선천성 및 후천성 용혈 ▷만성콩팥질환으로 적혈구생성자극호르몬(에리스로포이에틴)의 부족 등이다. 이밖에도 갑작스런 대량출혈(위-장관 출혈, 자궁출혈, 자궁외임신 등)도 빈혈의 중요한 원인이다.
철결핍은 완벽한 채식주의자나 다이어트 목적, 또는 질병으로 오랜 기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철분이 많이 포함된 피를 소량씩 수개월 이상 잃어버리는 만성출혈로 발생한다.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충분한 기간 동안 철분제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것과 더불어 반복해서 출혈을 일으키는 숨겨진 병소를 찾아 치료하도록 해야 한다.
만성출혈의 원인은 환자의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다르다. 철결핍빈혈이 의심되면 핏속의 철분농도와 총철결합능, 몸속의 저장량을 나타내는 훼리틴 농도를 측정해 철결핍이 확실한지와 부족의 정도를 확인한다. 철결핍빈혈로 확진되면 치료 용량의 철분제제를 복용하면 관련 증상들이 빠르게 좋아지고, 혈색소 농도는 1주일에 약 1g/㎗씩 증가한다. 대부분 1개월이 되면 빈혈이 정상으로 교정된다. 그러나 몸속의 저장분을 충분히 채우기 위해선 추가로 4~6개월을 더 복용하도록 한다. 그렇게 해야 쉽게 재발하지 않는다. 시중에 많은 종류의 철분제제들이 판매되고 있어도 서로 약효의 차이가 없다. 출혈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해온 철분제제를 중단하고 나서 3개월마다 혈액검사로 혈청 철농도와 저장철이 감소하는지 그리고 빈혈이 다시 재발하는지를 추적 감시한다. 이를 통해서 철분약을 유지목적으로 계속 복용해야 할지 결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약을 복용하는 대신 철분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하지만 특정 식품(선지국, 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식품들에 철분 함유량이 생각보다 적다. 오히려 이들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체중과다증가와 고지혈증이 일어난다. 따라서 철분약을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빈혈이라는 말을 들으면 원인을 찾아보지도 않고 철분약을 바로 복용하려 한다. 물론 철분 부족이 가장 흔한 빈혈의 원인이기 때문에 원인규명을 하지 않은 채 철분약을 복용하더라도 빈혈이 교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철결핍이 아닌 특수한 빈혈들인 경우에는 철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수혈로 빈혈 극복? 부작용 경계해야=과거에는 빈혈 때문에 기운이 없으면 피를 맞고 기운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몇 가지 감염질환들이나 기타 피할 수 없는 수혈 부작용들 때문에 생명을 위협하는 긴급상황이나 다른 치료에 빈혈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수혈을 한다.
한치화 교수는 "빈혈 증세를 보이면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아 빈혈인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병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시행해야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민기자
[건강 Tip] 가을철 간식 사차인치·브라질너트
브라질너트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견과류를 섭취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중 우리에게 생소할 수 있는 '사차인치'(Sacha inchi)와 '브라질너트'(Brazil Nuts)를 소개한다.
사차인치는 3000년 전부터 아마존의 열대우림 고원에서 재배됐던 작물로, 고대 잉카문명 때부터 귀하게 쓰여 '잉카피넛'이라고도 한다.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있어 '오메가 너트'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지질의 83%는 다가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이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과 리놀렌산으로 구성돼 있다. 세로토닌의 전구체인 트립토판이 풍부해 가을철 우울감을 느낀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간식이다. 비타민 E와 β-시토스테롤과 같은 항산화물질이 많아 피부건강, 노화방지 등에도 좋다. 생 사차인치는 생선 비린 맛과 비슷해 생으로는 먹지 않으며 겉껍질과 속껍질을 모두 제거한 후 충분히 로스팅해 섭취한다. 볶을수록 고소한 맛이 강해지며, 멸치볶음, 샐러드 등 음식에 넣어 즐길 수도 있다. 불린 후 밥을 지을 때에 넣어서 먹는 방법도 좋다. 1일 섭취 적정량은 4~6알이며, 한꺼번에 먹는 것보다 2~3회에 나눠먹는 것이 좋다. 1일 섭취량은 최대 10알을 넘지 않는 것이 좋은데, 너무 많이 먹으면 메스꺼움, 트림, 두통, 발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마존 열대 우림의 선물이라는 브라질너트는 단백질, 필수지방산, 토코페롤 및 강력한 항산화 영양소인 셀레늄이 많이 함유돼 있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견과류이다. 100g당 659kcal의 열량, 14.6g의 단백질, 67.1g의 지질, 그리고 7.5g의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세포막 지질의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 E가 100g당 약 7.9mg 정도 함유돼 있고, 셀레늄은 1일 권장섭취량의 30배 이상인 1,917㎍이 함유돼 있다. 이는 천연 식품으로는 가장 많은 함유량이다. 다른 견과류와 마찬가지로 일부 민감한 사람에게는 심한 피부 가려움, 호흡곤란, 구토 및 설사 등의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아나필락시스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셀레늄을 과다 섭취하면 셀레늄 중독 즉, 셀레노시스가 나타날 수 있는데, 복통이나 메스꺼움, 설사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브라질너트 1알(4g)에는 약 77㎍ 정도의 셀레늄이 함유돼 하루 5~6알 이상을 먹으면 과다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만큼 2알 정도면 충분하다. <제주대학교병원 영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