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예측가능하고 진정성 있는 행정을

[문미숙의 백록담] 예측가능하고 진정성 있는 행정을
  • 입력 : 2020. 10.19(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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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시 동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원인 모를 악취로 인한 대소동이 있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와 제주시 민원실에는 100여건의 전화가 잇따랐다.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동쪽으로 화북동, 서쪽으론 노형과 외도동까지 풍긴 악취의 원인에 대해 이튿날 제주시는 한 영농조합법인이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 음식물자원화센터에서 나온 퇴비 500t을 인근 목초지에 뿌린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선거리로 20㎞ 가량 떨어진 지역까지 악취가 퍼져나갈 수 있었는지엔 의문이 남는다.

제주시의 발표처럼 악취의 발원지가 제주시가 운영하는 음식물자원화센터에서 만든 퇴비로 인한 것이라면 퇴비 제조와 관리 과정상의 문제점을 이번 소동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시킨 꼴이다. 센터에선 제주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소멸화공법으로 퇴비로 만드는데, 보관과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근 봉개동 쓰레기매립장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원회)는 악취 문제를 줄곧 제기해온 터였다.

1999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음식물자원화센터에는 하루 평균 140t의 음식물쓰레기가 반입된다. 2019년 11월부터는 도서지역을 제외한 5개 읍면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20t 가량도 이곳으로 함께 반입되고 있다.

그런 음식물자원화센터가 시설 노후화로 올해는 정상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5월 한달 동안은 가동을 못해 퇴비로 만들지 못한 음식물쓰레기가 쌓이면서 심한 악취를 유발시켰다. 설상가상으로 20㎏ 단위로 포장해 희망농가에 판매하던 퇴비포장시설도 낡아 올해는 포장도 못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급기야 주민대책위원회는 읍면지역의 음식물쓰레기가 반입되며 시설 과부하로 처리가 원활하지 못해 악취가 난다며 8월15일부터 반입금지를 예고하기도 했었다. 제주시가 오는 11월까지 음식물 퇴비 소포장동을 지어 악취를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주민대책위원회는 반입금지를 11월까지 잠정 유보한 상태지만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일이다.

제주시와 주민대책위원회가 협약한 봉개동 음식물자원화센터의 사용기한은 내년 10월까지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봉개동 음식물자원화센터를 대체하기 위해 서귀포시 색달동에 추진 중인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처리시설은 시공과 시운전까지 3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소각시설이 준공되기 전까지 봉개동 쓰레기매립장 연장사용을 둘러싼 수 차례의 주민대책위원회와의 협의과정을 행정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올해 음식물자원화센터 관련 악취로 불거진 주민대책위원회의 반입금지 예고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시설 노후화로 뻔히 예견되는 일이었음에도 행정이 문제 해결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사용기한 만료가 다가오는 지금 행정의 선택지는 연장사용 외엔 답이 없다. 결국 주민들을 협의 테이블로 이끌어내야 하는데, 20년 넘게 악취를 견뎌온 마을주민들에게 '지금까지 참았으니 앞으로 한 3년쯤 더 참아달라'고 하는 식이어선 안된다. 주민들이 협의에 응한다면 그동안 보여준 예측가능한 행정의 일처리와 주민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노력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문미숙 행정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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