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또다시 '뉴트로'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

방송가 또다시 '뉴트로'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
아카이브 털고 트렌드 잡고…"쌍방향 소통 바탕돼야"
  • 입력 : 2020. 10.19(월) 08:50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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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다큐플렉스'의 '커피프린스 1호점' 편.

1990∼2000년대 초반 음악 방송 콘텐츠를 유튜브 등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탑골공원'의 유행이 방송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식지 않은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가리키는 신조어) 열풍은 음악뿐 아니라 예능,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까지 지속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 따라 KBS 조이(Joy)에서는 지난 3월 1980∼1990년대 가요를 재해석하는 '이십세기 힛-트쏭'을 시작했다.

 SBS TV에서는 손님과 함께 그의 과거 영상을 함께 보며 그날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쇼 '선미네 비디오가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역사적 사건 등을 되짚어보는 신개념 다큐멘터리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도 생겨났다.

 더불어 고(故) 이은주와 이서진 주연의 드라마 '불새'를 재해석한 '불새 2020'이 이달 아침드라마로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MBC TV에서는 '청춘다큐 다시, 스물'에서 시트콤 '논스톱'을, '다큐플렉스'에서'커피프린스 1호점'을 다루기도 했다.

 KBS 2TV에서는 뉴트로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이달에만 두 개가 생겨났다. '전교톱10'과 '드라맛집 오마주'다.

 '전교톱10'은 과거 큰 인기를 얻었던 음악 프로그램 '가요톱10'의 무대를 지금의 10대들이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드라맛집 오마주'는 KBS 드라마를 압축 및 편집해 다시 보며 가치를 재발견하는 프로그램이다.

 KBS 관계자는 "지난해 '슈가맨'부터 시작해서 온라인 탑골공원 같은 콘텐츠들이많이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며 "그러면서 뉴트로와 관련된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기획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아직 과거 드라마, 예능, 음악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 MBC는 '옛드: 옛날 드라마'·'옛능: 옛날 예능', KBS는 '옛날티비'·'KBS 엔터테인: 깔깔티비', SBS '빽드'·'빽능' 등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무한도전', '헤이헤이헤이' 등 과거 방송 영상을 주기적으로 올린다.

 MBC의 '옛드'는 구독자가 250만명에 달하며, 다른 채널들도 10만명에서 63만여명의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유튜브에서 예전 방송이 조회 수가 굉장히 높게 나오다 보니방송 프로그램 제작에도 영향을 많이 미친다"며 "중장년층은 자신이 젊었을 때 재밌게 봤던 영상을 보고 추억을 소환한다면, 젊은 층은 오글거리지만 웃기고 재밌는 코드로 영상을 소비하면서 뉴트로 영상이 전 연령층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뉴트로 열풍은 방대한 과거 자료를 가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기회로 작용한다는 장점도 있다. 그저 쌓여만 가던 자사의 아카이브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 방송사에 뉴트로 열풍은 쌓아놓고 있는 자산을 투자해 새롭게 만들면서 좀 더 요긴하게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이 보지 못했던 콘텐츠들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이어지는 뉴트로 열풍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기존 방식이 아닌 기존에 있는 것을 재조합 또는 재해석해서 만드는 디지털 시대 콘텐츠의 특징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뉴트로 열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상호작용'을 꼽았다. 따라서 일방적 소통 방식을 가지고 있는 기존 지상파 방송에서 뉴트로 열풍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온라인 탑골공원 같은 것들은 올려놓은 콘텐츠 자체보다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댓글 창이 더 큰 재미를 준다"며 "지금 만드는 프로그램들도 그만큼의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다면 반응이 있겠지만, 옛것만 놓고 재해석을 하는 것만으로는온라인에서 만큼의 반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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